이창호가 52로 잇는 것을 보고 검토실의 서능욱이 탄식을 했다. “이창호가 걸려들고야 말았군.” 흑53에서 59가 주르륵 놓였다. 우변의 백 4점이 잡히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15집이 넘는 폭리를 창하오가 거둔 것이다. “역전 같지?” 서능욱이 묻자 유창혁이 대답했다. “그을쎄요오.” 아,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분명히 이창호가 큰 출혈을 보았는데 잠시후에 계가를 해본 서능욱과 유창혁이 고개를 홰홰 저었다. “놀랍군. 여전히 백이 여유있게 이겨 있군.” 다시 탄식조로 말하는 서능욱. 복기때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창호는 백52를 둘 때 이미 흑53 이하 59의 수단을 모조리 읽고 있었다. 우변의 백 4점이 잡힌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52를 둔 것은 그 대형사고를 당해주는 것이 도리어 백의 승리를 굳히는 길임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 점이 세계랭킹1위 이창호의 강한 점이었다. 자세히 보면 백도 여간 이득을 챙긴 게 아니다. 백58로 따낸 이득. 60으로 따낸 이득. 그리고 68에서 70으로 따낸 이득이 또 얼마인가. 다만 백72는 이창호의 작은 실수라고 볼 수 있다. 참고도의 백1 이하 3으로 처리하는 것이 조금 더 컸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60…62. 80…78의 아래.)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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