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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선물거래소 출범 100일] 경쟁시장 상하이·홍콩 르포

中 '자본 심장부' 썰렁…한국시장엔 기회<br>국유株등 고질병에 공시신뢰 추락… 부양약발 안먹혀<br>제조등 실물경제 급팽창 불구 증시는 얼어붙어 대혼란<br>"제도정비 서둘러 5년내 '동북아 금융허브' 승부걸어야"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지구에 자리잡은 상하이증권거래소. 전세계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중국 자본시장의 심장부답지 않게 썰렁한 모습이었다. 2,000여개의 부스에는 겨우 20~30여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최정희 현대증권 상해사무소 애널리스트는 “주식 시장이 전산화돼 증권사 파견 직원이 적은 탓도 있지만 6년만의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장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증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 ◇혼란기의 중국 자본시장= 반면 푸동 지구에서 푸시(浦西) 지구로 넘어가는 터널. 출근 시간이 아닌 데도 터널 통과에만 40여분이 소요됐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우려할 만큼 푸둥 지구에 마천루들이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급속히 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ㆍ제조업 등 실물 경제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급팽창하는 데도 여전히 얼어붙은 증시는 중국 자본시장의 혼란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는 한마디로 쉽사리 치유되기 힘든 중국 증시의 고질병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보유한 비유통주, 즉 국유주다. 국가주와 법인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주식의 70%에 달한다. 증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다가도 중국 정부가 비유통주인 국유주를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 때마다 물량 부담 우려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또 상장사의 취약한 재무구조와 불투명한 회계 투명성, 공시의 신뢰도 부족, 기관투자가 부재, 상하이 거래소와 선전 거래소의 갈등 등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최근 덕강(德降)그룹이 증권사와 짜고 주가 조작에 나섰다가 결국 도산한 데서 나타나듯이 상장사들의 모럴 해저드도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2006년말까지 기본적인 금융시장을 개방하도록 돼 있지만 대외적인 ‘립 서비스’와 달리 주식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을 주저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중국 정부는 외국증권사의 영업범위 확대, 지역 제한 철폐 등 부분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내국인과 외국인간 차별적인 대우는 여전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증권감독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97년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은 것도 너무 빨리 금융 시장을 열었기 때문 아니냐”며 “중국은 금융 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이 부족해 자본시장의 전면개방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콩으로 몰리는 중국 기업= 현재 기업공개(IPO)를 위해 대기 중인 중국 기업은 무려 2,000~3,000개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유통 물량이 늘어나면 증시가 침체될 것을 우려, 각 성(省)ㆍ증권사별로 연간 횟수를 제한하는 등 각종 규제를 통해 공개 기업의 숫자를 조절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상하이 거래소의 자금 조달 금액은 불과 50억 달러로 전세계 14위에 그쳤다. 이 때문에 자금 조달이 시급한 중국 기업들이 홍콩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93년 이후 홍콩거래소의 10대 IPO는 차이나 유니콤ㆍ차이나모바일ㆍ차이나라이프 등 모두 중국 본토 기업이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홍콩거래소의 기업 자금 조달 금액은 총 320억 달러로 영국 런던을 누르고 전세계 3위를 기록했다. 중국 관광객과 기업이 몰려들면서 ‘쇼핑 천국’ 홍콩에는 ‘바겐세일’ 문구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오경희 한국투자증권 홍콩 사무소장은 “홍콩 증시가 중국 본토 기업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 불투명한 기업 회계관행 등을 피해 본토 공략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홍콩에 위치한 은행 208개 중 외국법인이 124개에 달한다. 현대증권 홍콩 지점의 류상인 차장은 “중국 반환 때만 하더라도 상하이가 조만간 홍콩을 추월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컸다”면서도 “선진 금융 및 조세 제도, 각종 인프라, 양질의 전문 인력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15년 이내에는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꿈틀거리는 중국 자본시장= 하지만 중국 상하이ㆍ선전 거래소의 추격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자본시장 발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5일 중국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는 전국인민대표회의 업무 보고에서 94개 글자로 이뤄진 이른바 ‘94 보고서’를 내놓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초에는 상푸린 증국증권감독위원회 주석이 10대 핵심 사업을 발표했다. 이는 모두 자본 시장 인프라건설, 각종 제도 확립, 중소 투자자 권익 보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 개혁안이었다. 주총지우 상해증권거래소 소장도 “주식 이자 및 배당 소득세 등 각종 투자 관련 소득세의 감면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최정희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투자 소득세 감면은 중국 증시 관련 정책에서 하나의 획을 그은 것”이라며 “현재 속도로 볼 때 10년 이내에 중국 자본 시장이 정상궤도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ㆍUBSㆍ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증권사들의 진출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중국 자본시장의 리스크를 잘 알면서도 중국기업의 해외 IPO업무, 인수합병(M&A) 관련 컨설팅, 합자증권사 설립 등 전방위 공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5월 중국 정부가 ‘적격외국기관투자가(QFIIㆍG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 업무를 허용한 이래 현재 27개 기관, 총 40억 달러의 가량의 해외 투자자금이 들어온 상황이다. 이들은 QFII를 통해 중국인만 거래가 가능했던 A주를 비롯해 국채ㆍ전환사채(CB)ㆍMMF 투자 등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최영호 삼성증권 상하이 사무소 소장은 “이들은 합자 증권사를 통해 사실상 중개 업무까지하는 등 중국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며 “앞으로 위앤화 절상으로 인한 환차익, 미래 자본시장 선점 등 포괄적인 목적 아래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5년이 한국의 기로다= 동북아의 주요 경쟁자인 상하이와 홍콩이 눈부실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데 한국의 ‘동북아 금융 허브’ 구상은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 홍콩에서 만난 한 글로벌 증권사의 아시아 본부 파생상품 본부장의 대답은 확고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소개한 뒤 “한국은 투자 매력이나 역동성 측면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권에서 최고”라며 “대다수 아시아 헤드쿼터에서 한국 관련 업무 비중은 7~8년전 20% 정도였으나 지금은 40%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비즈니스 비중으로만 보면 아시아 본부가 홍콩에서 한국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는 “홍콩ㆍ싱가포르 기업은 금융ㆍ부동산 등에 한정돼 있지만 한국은 반도체ㆍ전자ㆍ조선ㆍ자동차ㆍ금융 등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데다 세계적인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과 가까운 게 장점이고 관련 정보기술(IT) 시스템과 인력도 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의료ㆍ교육 등 지원 시스템, 언어 소통, 한국 금융당국의 관련 제도 정비만 뒷받침된다면 ‘동북아 금융 허브’도 비현실적인 청사진만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는 “중국 변수를 고려할 때 시간이 별로 없다”며 “홍콩이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기 이전에, 중국 증시가 제 역할을 하기 이전에 승부를 내야 한다”고 단언했다. 조강호 현대증권 상하이 사무소 차장도 “한국도 홍콩처럼 중국 기업 자금 조달의 ‘도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5년 내 저평가 상황 개선, 관련 제도 정비 등에 나서지 않으면 동북아 금융 허브는 물건너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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