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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심이 꼭 체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막판 3홀에서 2타를 따라잡고 연장 3번째홀까지 가는 접전을 치른 끝에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한 김미현(29ㆍKTF). 여전히 작지만 그에게는 8년 투어 생활로 다져진 ‘정신력과 노련미’의 뒷심이 있었다. 17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메도우스골프장(파71ㆍ6,408야드)에서 끝난 제이미파오웬스코팅 클래식(총상금 120만달러). 미국의 나탈리 걸비스와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섰던 김미현은 초반 걸비스의 5개홀 연속 버디에 밀려 한때 4타차까지 뒤졌다. 8, 9, 10번홀 줄버디로 따라붙었지만 걸비스도 10번홀 버디를 챙기면서 타수차는 3개홀을 남긴 15번홀까지 2타에서 더 줄지 않았다. 6승 기록자 김미현의 노련미는 이 때부터 빛났다. 16번홀에서 1m, 17번홀에서 1.2m의 버디를 연달아 낚아 동타를 이룬 것. 2002년 데뷔했으나 우승경험이 없는 걸비스가 넘치는 의욕을 실력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김미현의 정신력은 더욱 돋보였다. 기 싸움인 연장전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두 번을 비겨 파5의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세번째 홀. 김미현은 러프와 페어웨이의 경계에 티 샷을 떨군 뒤 3번 우드로 과감하게 공략했으나 정확하게 임팩트하지 못해 볼은 간신히 페어웨이 중간 개울을 넘어 그린 154야드 앞에 떨어졌다. 세번째 샷으로 올린 볼과 홀의 거리는 5m남짓. 그 사이 깊은 러프에 티 샷을 떨구고도 잘 꺼낸 걸비스가 홀 3m거리에 볼을 세웠다. 퍼팅 싸움만 남은 상황, 침착하게 라인을 살핀 김미현이 버디퍼트를 성공시켰다. 이를 지켜본 걸비스는 마음이 흔들린 듯 퍼트를 놓쳐 생애 첫승 기회를 날렸다. 이렇게 집념과 투지로 정상에 오른 김미현은 지난 5월 초 긴클럽오픈에 이어 시즌 2승을 기록, 통산 7승째를 올렸다. 연장 전적 5전2승째였다. 2002년 2승에 이어 두 번째 2승 기록이며 올 시즌 한국 선수의 첫 2승 기록. 상금 18만달러를 챙겨 시즌 합계 101만9,724달러로 랭킹 4위까지 올라섰고 시즌 최고상금(2002년 104만9,993달러) 경신도 눈앞에 두게 됐다. 한국 선수들은 시즌 9승을 합작, 지난 2002년에 이어 시즌 최다승 타이를 기록했다. 아직 시즌 중반이라 이 기록은 곧 경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 2002년 4명이 9승을 이룬데 비해 올해는 8명이 9승을 올릴 만큼 선수층이 두터워 가능성이 더욱 높다. 한편 김미현과 마지막 조에서 동반라운드한 박세리(29ㆍCJ)가 16언더파 268타로 4위를 기록, 9번 출전에 8번째 ‘톱10’진입으로 이 대회와의 질긴 인연을 이었다. 첫날부터 선두권에 있던 임성아(22ㆍ농협한삼인)은 10언더파 274타로 공동6위를 기록, 10위안에 3명의 한국선수가 포진했다. 아니카 소렌스탐은 9언더파 8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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