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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입지 급격 위축

美, PSI등 적극 동참 요구에 당국 갈팡질팡<br>외교정책 근간 '자주외교' 근본까지 위협<br>부처도 엇박자…靑 컨트롤타워役 회복 시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미국 등 주변국들의 외교전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외교적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남북 경제협력 사업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 결의안의 핵심 어젠다를 놓고 미국 등이 본격적으로 우리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하면서 외교 당국의 스탠스는 더욱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자칫 국제사회의 움직임 속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외톨이 외교’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참여정부 외교 정책의 핵심 골간이었던 ‘자주외교’의 근본까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샌드위치된 한국의 외교 정책=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지난 9일 ‘조율’이란 단어를 12차례나 사용했다. 하지만 상황은 거꾸로 가는 조짐이다. 대내적으로는 여야는 물론이고 부처간에도 대북 제재안의 핵심 사안들을 놓고 엇박자가 계속해서 연출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미국과의 시각차가 노출되면서 파열음이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겉으로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상황. 하지만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압박이 한반도의 긴장고조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실제 행동에서는 어정쩡한 양태를 지속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핵실험 당일 기자회견에서 “포용정책만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가 이후 ‘포용 정책 포기 불가’쪽으로 돌아선 것도 이런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 대북 경협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나타내지 못하고 PSI에도 섣불리 참여 확대를 선언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거세지는 대한(對韓) 압박=외교 정책이 안개 속에서 허우적대는 사이 국제 사회의 압박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7일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대북 활동 전반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겠다”며 공개적으로 압력을 가했다. 우리는 중국 및 러시아 등과 잇따라 접촉을 강화, 대화쪽에 무게를 두면서 상황을 타개해 가고자 하는 입장이지만, 미국 등의 제재론 속에서 대북 유화론에 바탕을 둔 외교 기조는 빠르게 퇴색돼 가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과 남북 경협 등과는 무관하다”는 통일부 당국자의 발언에 대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정해진 것이 없다”며 선을 긋고 나선 것도 대외 압박에 외교 노선이 변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처지를 반영한 것이다.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결의안 채택 이후 자주 외교 노선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외교 정책의 컨트롤타워 회복 시급=청와대의 표리부동한 입장이 지속되면서 부처 곳곳에서 중구난방식 발언과 입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남북 관계 및 6자 회담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대북 경협과 관련해서도 경협의 지속을 주장하는 부처들과 대외 관계를 고려해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외교정책 골간들이 미국의 강한 압박에 못 이겨 끌려가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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