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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조광페인트·대한방직 적대적M&A
입력2001-03-25 00:00:00
수정
2001.03.25 00:00:00
'소액주주운동이냐, 주가를 띄어 한건 챙기고 튀는 작전세력의 음모냐'조광페인트와 대한방직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액주주연합의 성격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들이 적대적 M&A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증권계는 물론 기업들도 이들의 공방전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공방전의 향방에 따라 우리나라 적대적 M&A의 흐름이 크게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공략에 나선 소액주주연합측은 적대적 M&A시도는 '소액주주들의 반란'이라고 주장한다.
주주들이 힘을 합쳐 전횡을 일삼는 부도덕한 경영진을 교체하고 경영혁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소액주주운동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반면 방어자인 회사측은 무늬만 소액주주운동일 뿐 실제로는 이들이 주가를 조작하는 '불순한 작전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주가 띄우기를 위해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넓혀가는 '소액주주운동'을 악용한다는 것. 회사측은 금융감독원에 불공정거래조사를 의뢰하는 한편 검찰고발도 모색하는 등 강력 대응한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아직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공격자측이 소액주주연합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해 기존의 적대적 M&A와는 분명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유흥석 동원증권 M&A팀장은 이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지분이 미미한 소액주주들만이 힘을 합쳐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그러나 소액주주들이 지원세력으로 나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번 M&A 시도가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들이 전개하고 있는 소액주주운동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인수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등 당국은 이 같은 경영권분쟁에 중립적인 입장이다. 적대적 기업인수합병이 법에 의해 허용되고 있는 만큼 법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이뤄진 것이라면 제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 2ㆍ3대 주주와 소액주주가 연합한 조광페인트 M&A= 조광페인트 공격에 나선 개인주주연합은 외견상 2ㆍ3대주주와 기타 소액주주들의 연합전선으로 분석된다.
개인주주연합이 지난 7일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34.17%의 공동보유현황을 보면 20명 주주중 2대주주인 박상조씨와 3대주주인 모 병원장이 포함돼 있다. 이들 지분은 총 15%가량으로 일단 이들이 M&A의 중심세력으로 보인다.
개인주주연합이 지난 16일 단독 주주총회를 열면서 제시한 지분은 총 47.3%로 주주수는 모두 75명이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1% 미만의 지분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들이다.
그러나 조광페인트의 문해진 이사는 "소액주주들은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며 "주동기획자와 중간행동책들은 위법한 시세조종이나 M&A를 해 온 자들로 과거 신성무역 M&A건에도 관여한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외견상 대주주 없이 추진되고 있는 대한방직 M&A= 조광페인트의 개인주주연합과 달리 대한방직의 경영권 인수에 나선 경영정상화위원회측은 이렇다 할 대주주가 없는 상황이다. 위원회의 김삼규씨는 "100여명의 주주가 힘을 합쳐 발행주식 106만주 가운데 46만주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1만주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10여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한방직측도 공격자측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어느 정도는 동의하고 있다. 김성호 경영기획부장은 "12월말 주주명부를 보면 대주주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주주가 4만1,740주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즉 대한방직 공격자측은 보유신고를 해야 하는 5%가 넘는 주주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회사의 안봉걸 상무는 "4만주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 가운데는 76년생도 있다"며 "이는 지분이 위장분산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의 M&A를 명분으로 내세워 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M&A를 추진하기보다는 주가를 띄워 차익을 챙기기 위한 작전세력의 조직적인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증권계의 평가와 시각= 증권업계는 조광페인트와 대한방직에 대한 적대적 M&A를 소액주주운동으로 규정하는데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특히 소액주주들이 뭉쳐 적대적 M&A를 추진하기도 힘들지만 설령 소액주주들이 적대적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참여연대식의 소액주주운동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동원증권 유 팀장은 "소액주주인 개미투자가들은 시세차익을 얻기를 바라며 투기적인 성향도 강하다"면서 "소액주주들이 M&A세력에 가세한 이유가 반드시 소액주주운동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정식 현대투신증권 연구위원은 "조광페인트와 대한방직의 적대적 M&A는 예전에 미도파를 적대적으로 인수하려던 신동방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것과는 상황이 크게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는 소액주주들이 M&A에 가세하면서 여론이 불리하지 않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영을 잘못하는 대주주는 물러나야 하며, 소액주주들도 제몫을 찾아야 한다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돼가는 상황에서 적대적 M&A에 소액주주들이 합세하면서 적지않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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