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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속 황금 추석연휴 엇갈리는 명암

해외여행객 폭증·복지시설 찬바람 "불황보다 무관심이 상처주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불황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을 나서는 사람들은 봇물을 이루는 반면, 양로원과 고아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발걸음은 뜸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20일 항공 및 관광업계와 사회복지시설 등에 따르면 올 추석연휴는 9월26일부터29일까지 나흘이지만 주5일근무제 시행에 따른 토요일 휴무로 닷새간 이어지면서 동남아와 일본 등 주요 해외여행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대한항공의 경우 24-26일 인천에서 출발하는 방콕, 마닐라, 콸라룸푸르 등 동남아 주요도시 예약이 100% 완료됐고 파리와 런던, 로스앤젤레스 등 유럽과 미주 주요도시들도 98%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동남아 주요휴양지 예약은 물론 일본 및 중국 주요도시 예약이 완료됐다. 제주행 노선도 24일 오후 1시부터 27일까지 전 항공편이 100% 예약 완료돼 항공사들이 증편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 여행객들이 늘어나자 마카오항공과 캐세이퍼시픽항공, 중국동방항공, 전일본공수항공, 필리핀항공 등 외국항공사들도 특별기 투입을 세워놓는 등 한가위 특수를 누리기 위한 막바지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남.광주지역의 경우 동남아와 일본행 가족단위 여행상품이 바닥난 가운데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내놓은 70만-150만원의 3박4일 골프여행 상품도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하나투어 광주지점에 따르면 일부 장거리 노선과 비인기 국가를 제외한 중국 상하이(上海)와 태국 푸켓, 괌, 사이판 등 패키지 여행상품 40여개가 지난달 일찌감치마감된 상태며, 광주-상하이간 항공편도 대한항공(주4회)과 동방항공(주7회)의 좌석예약률 100%를 기록했다. 광주지역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 예약이 완료됐는데도 추석 연휴기간해외여행을 예약하려는 손님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닷새간의 황금연휴다 보니 작년보다 해외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20% 이상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들은 넘쳐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시설을 찾은 발걸음은 대부분 끊겨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예년 이맘때면 양로원이나 고아원 등을 방문하겠다는 독지가나 기업의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왔지만 극심한 불황으로 체감경기가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때보다 훨씬 더한 때문인지 요즘은 이런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복지시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2급 중증 장애인 157명을 수용하고 대구시 수성구 인제요양원은 최근 일부 기관장들로부터 후원금 기십만원을 받은 것외에는 이렇다할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후원.자원봉사 담당 김고은(26.여)씨는 "추석 위문은 고사하고 매월 1만-2만원씩 계좌로 송금해오던 사람들마저 요즘 들어 더이상 후원하기 어렵다는 전화가 걸려온다"며 그만큼 어려워진 경제사정을 실감하게는 되지만 자동이체 후원이 끊기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착잡해진다"고 털어놨다. 3세 이하 영아 92명이 생활하고 있는 대구시 남구 대구아동복지센터 역시 쓸쓸한 추석을 맞고 있다. 백창환(37) 사무국장은 "수년전에는 기업이나 단체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고는 기저귀나 분유 등 생필품들을 보내왔는데 해가 지날수록 뜸하더니 올해엔 그런연락도 아예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혈압과 중풍 등을 앓고 있는 독거노인 150명이 수용돼 있는 대구시 달서구 대구성로원에도 예년에는 추석이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떡을 해오고 위문공연도 준비해오곤 했으나 올해엔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어 직원들이 고민하고 있다. 대구성로원의 한 사회복지사는 "특히 명절에는 노인들이 외로움을 많이 타고 가족을 그리워 해 몹시 애처롭다"며 "경기도 안 좋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언론에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기업체의 선물 택배물량이평소보다 30~40% 늘어난 것으로 보도됐지만 현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며 "불황보다는 무관심 때문에 소외된 이웃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서울.광주.대구=연합뉴스) 남현호.한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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