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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허탈한 LG전자 IR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네요. 이런 IR는 뭐 하러 합니까.”(A애널리스트) 지난 19일 LG전자의 1ㆍ4분기 기업설명회(IR)에 참석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부분은 허탈한 표정으로 IR장을 빠져나왔다. 한 참석자는 “우리는 경영학 강의를 들으러 온 것이 아니라 LG전자의 전략을 듣고 싶어 왔다. 시간이 아깝다”며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왜 그랬을까. 이날은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취임 3개월을 맞아 직접 IR에 나서 그 어느 때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남 부회장은 올초 취임할 때부터 “3개월 정도 경영상황을 지켜본 후 향후 전략을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날 남 부회장이 내놓을 ‘보따리’에 눈과 귀가 쏠린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남 부회장은 이날 애매모호한 말들로 질문의 요지를 피해가기에 바빴다.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는 PDP TV 부문 등에 대한 질문 공세가 이어졌지만 남 부회장은 여러 가지 옵션을 놓고 고민 중이며 옵션에는 분사나 투자축소 등 여러 방안이 있다,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등 애매모호한 말만 반복했다. 기자가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날 남 부회장은 ‘옵션’이라는 용어를 20여차례 사용했다. 오죽하면 질문에 나선 한 애널리스트가 “대답을 피해가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은데 좀 명확히 말씀해달라”는 주문까지 했을까. 또한 LG전자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을 제한했다. 따로 기자간담회를 열겠으니 IR 현장에서는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오늘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말씀하시니까 기자들의 질문을 제한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해명’은 충격적이다. LG전자의 사령탑은 물론 일반 임직원까지 IR를 오직 애널리스트를 위한 행사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LG전자 임직원에게는 이날 행사에 오지 못한 수많은 LG전자 주주와 투자자들은 IR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자 참석한 기자들의 질문까지 제한할 수밖에. 취임 3개월 후 향후 전략을 공유하겠다고 한 사람은 남 부회장 본인이다. 누구도 3개월 만에 해답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지 않았다. 다만 준비가 됐을 때 잔칫상을 차려주길 바랄 뿐이다.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칫집에 가기에는 현대인의 일상이 너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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