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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점, 得보다 失 컸다

■ 마켓리더의 조건 제러드 텔리스 외 지음/시아출판 펴냄 "선도자, 그렇다 선도자만이 다른 회사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동안 먼저 움직임으로써 경쟁상대를 얻게 마련이다. 비즈니스에서 시간상 유리하다는 것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앤드류 그로브 인텔 CEO) 시장의 개척자가 시장을 이끌어 간다는 그로브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안전면도기의 질레트, 컴퓨터의 IBM, 종이기저귀의 팸퍼스, 레이저프린터의 휴렛패커드, 온라인서점의 아마존닷컴 등 시장 지배적 기업들만 봐도 그렇다. 때문에 수많은 경영인들이 '개척자 신화'를 신봉하고, 개척자 프리미엄을 꿈꾸며 전인미답의 신사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제러드 텔리스와 피터 골더가 공저한 '마켓리더의 조건'에 따르면, 이는 천부당만부당한 오해일 뿐더러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이 책은 시장에서의 '개척자 프리미엄'을 아예 부정한다. 공저자들은 10여년간 66개 시장의 수 백개 기업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시장에 최초로 진입하는 것이 득보다 오히려 실이 크더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다. 우선 저자들은 앞서 거명된 질레트, IBM, 휴렛패커드, 아마존닷컴 등 시장의 지배자들은 알려진 바와 달리 최초의 개척자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들 기업에 앞서 해당 분야에 선구적 기업들이 존재했고, 한결같이 후발주자에 추월을 당해 시장에서 도태했으며, 운 좋게 개척자로서 시장지배력을 장악했던 기업이라고 해도 대부분 후발기업에 시장의 패권을 빼앗기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상식과 달리 왜 시장 개척자들은 선점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것일까. 책은 개척자들의 세 가지 어리석음을 그 이유로 꼽는다. 개척자들은 '실패'에 대해 충분한 반성과 고려를 하지 않고(반성 부족), '자기예찬'에 빠져 시장에 대한 올바른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며(과대망상), 자신에게 유리하게 시장을 규정짓는(아전인수) 어리석음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을 지배력을 결정짓는 요인은 무엇인가. 공저자들은 마켓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을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비전ㆍ끈기ㆍ헌신과 부단한 기술혁신, 자산 레버리지이다. 우선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은 대량 소비시장을 내다볼 줄 아는 안목(비전)을 가져야 한다.그래야 사람들에게 사업에 대한 영감을 심어줌으로써 사업에 필요한 자원을 원활하게 동원할 수 있다. 성공을 포기하지 않는 진득함(끈기)도 필요하다. 시장에는 수많은 경쟁자들이 있고, 기술 장벽, 법적 제재, 소비자들의 오해 등 뜻하지 않은 장애들이 속출한다. 마켓 리더가 되려면 어떤 난관에도 결코 지쳐서는 안된다. 기술력이 확실하고, 시장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섰다면 어느 정도의 위험(헌신)은 감수해야 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자칫 사장될 위기에 처한 복사기 기술에 기업주의 전재산을 쏟아 '제록스'라는 대표적인 시장지배기업을 탄생시킨 사례가 좋은 본보기이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으로서 부단한 기술혁신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소비자의 욕구도, 시장환경이 하루가 다른 상황에서 잠시라도 머뭇거렸다가는 곧바로 시장 상실은 물론, 심하면 시장 퇴출로 이어진다. 시장 지배력은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에게 돌아간다.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득권을 다방면으로 잘 활용하는 지혜 역시 마켓리더의 필수요건이다. 특정분야의 시장지배 기업은 브랜드파워와 광범위한 유통망, 경험으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마련인데, 이를 기존시장 유지ㆍ확대는 물론, 신규시장 진출에도 적극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공저자들은 "이 다섯 가지 원칙을 염두에 두고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시장에 진입한다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겠지만,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그 자체는 결코 시장지배력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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