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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노조가 다른점
입력2003-08-11 00:00:00
수정
2003.08.11 00:00:00
노무현 대통령이 베이징현대기차유한공사를 방문한 지난달 9일. 노 대통령 일행이 공장에 들어서자 임직원들이 안팎으로 도열해 열렬히 환영하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당시 기자는 이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 들였다. 한 국가의 원수가 공장을 방문했다는 자체가 영광이며 따라서 사측에서 임직원들을 동원한 것이 이해 못할 바 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이런 풍경은 중국내 어느 공장 유사 행사에 갈 때 마다 비슷한 형태로 재연됐다. 국가 원수의 방문이 아닌 일반 행사장에 갈 때 마다 이들의 속내를 모르는 기자는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라지만 의전을 위해 직원들을 행사에 동원하는 것은 인권유린에 가깝다고 느껴서다.
그러나 이 같은 의문은 현대자동차 파업으로 공장가동에 차질이 있는 가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주 현대차 베이징 공장을 다시 찾았을 때 말끔히 해소됐다.
조립라인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노 대통령 방문 때 도열해 있느라고 힘들었겠다”고 묻자 “우리가 자발적으로 한 것인데 무엇이 힘드냐”고 답했다. 이어 “행사가 있을 때 인력을 동원해도 공회(노조)가 가만히 있냐”고 묻자 “이런 일은 공회가 주관해서 하는 일”이라며 묻는 기자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봤다.
`노조공화국`이라는 말을 듣는 한국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돌아온 답이 언뜻 수긍이 되지 않아 공회 사무실을 찾았다. 사실 여부를 묻자 “이런 일은 노조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조가 하는 구체적인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3가지를 답했다. 종업원의 복지향상, 생산성 향상, 사내 의전 활동이다. 이 가운데 생산성 향상과 의전활동이라는 답은 우리 노조 활동과는 너무 다른 것이어서 다시 물었다. “회사가 잘돼야 우리의 미래도 있는 것”이라는 짧은 답변이었다.
같은 차종을 생산하고, 그것도 한국 근로자 임금의 12분의 1정도밖에 받지 못하면서 우리 노조와 이처럼 다른 견해를 내놓을 수 있을까.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오기위해 짐을 싸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현실이 그저 답답할 뿐이다.
<고진갑기자(베이징특파원)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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