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 연착륙을 위한 정년연장을 추진하면서 이들과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이른바 88만원세대 간에 한정된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17일 정부 및 경영계에 따르면 정부는 베이비부머의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 내에 '베이비붐세대고용대책위원회'를 이달 중 구성하기로 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한 준비모임을 최근 가졌다. 정부는 올해 중 고용대책위에서의 사회적 합의를 거친 뒤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 등을 통해 베이비부머의 퇴직으로 초래될 사회ㆍ경제적 충격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이 세심한 준비 없이 이뤄질 경우 현재 우리 사회의 최대 문제 중 하나인 청년실업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가뜩이나 청년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베이비부머의 정년만 연장될 경우 신규채용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들이 제일 많이 가고 싶어하는 직장 가운데 하나인 공기업의 경우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미 신규채용이 대폭 줄었는데 여기에 정년연장까지 진행될 경우 신규채용은 완전히 끊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년연장을 결정한 한국전력만 해도 공채인원이 지난 2007년 600명에서 2008년 39명으로 줄었으며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최소한 3~4년 동안은 신규채용이 지난해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베이비부머와 88만원세대 간에 충돌이 생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단기적인 문제일 뿐 장기적으로는 고령자 취업이 경제에 활력을 일으켜 오히려 일자리 파이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충돌 가능성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청년실업 문제는 근본적으로 경제회복과 맞물려간다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큰 흐름에서는 정년연장에 찬성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프로그램을 잘 설계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철선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한 정년연장이 아니라 퇴직 후 재계약 등의 방식을 통하면 완충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술직 위주로 구성된 한전을 일반 회사와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회사의 상황에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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