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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오사다하루 "한국은 생각보다 더 강했다"

일본의 마지막 타자 다무라 히토시가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는 순간 양국 벤치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 벤치에선 모두 뛰쳐나와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지만 일본 더그아웃은 초상집이나 다름없었다. 일본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오사다하루(王貞治) 일본 감독은 고개를 떨군 채 더그아웃을 빠져나갔고 "30년동안 못 이기게 해주겠다"고 큰소리쳤던 메이저리그의 타격왕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는 욕설을 내뱉으며 분을 참지 못했다. 일본은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미국을 꺾고 우승하겠다"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일본은 도쿄에 이어 애너하임에서도 한국을 넘지 못해 탈락 위기에 몰린것은 물론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부하던 자존심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16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1-2로 패한 오사다하루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한국 투수들이 워낙 뛰어났다"고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오 감독은 "오늘 경기를 위해 전 선수가 염원했지만 한국이 승리에 대한 염원에서 더 강했던 것 같다"며 정신력에서도 패배를 시인했다. 또한 오 감독은 "아직도 일본이 아시아에서 제일 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대회에 모든 팀이 최고의 선수를 출전시켰다. 이렇다 보니 경기마다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했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그러나 오 감독은 "만약 미국과 멕시코 경기 결과에 따라 4강에 오를 수 있다면반드시 한국을 이겨보고 싶다"고 가능성 희박한 소원마저 토로했다. 일본이 4강에 오르기 위해선 17일 열리는 미국-멕시코 경기에서 미국이 3실점이상을 멕시코에 내주면서 져야 한다. 기자회견 내내 곤혹스러운 질문이 이어지자 오 감독은 "와타나베 투수에게도 질문을 좀 해달라"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오 감독과 기자회견에 동석했지만 한마디도 못하고 있던 일본 선발투수 와타나베 순스케는 이승엽과의 대결 상황에 대해 "1회 첫 타석에서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으면 팀 전체에 미치는 여파가 크기 때문에 걸릴 수 밖에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일본야구는 한국야구에 두번씩이나 무너지며 귀국 비행기를 예약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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