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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화유산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수묵화의 전통으로 표현해온 한국화가 이호신(50)씨의 붓질이 새롭게 인도를 그렸다. 잰 걸음으로 바지런하게 온 산천을 누비며 산수를 육신으로 체험하면서 뿜어대던 그 애정과 눈길이 인도에 머무른 것이다. 이씨는 2003년 두차례에 걸쳐 모두 50일간의 인도 순례 후 남긴 그림들을 모은 전시회를 11일부터 24일까지 종로 관훈동 학고재 화랑에서 갖는다. 그는 “인도의 아버지 간디, 지성과 문화의 표상 타고르, 인류의 어머니 테레사 수녀, 그리고 무엇보다 불교의 시조 붓다의 생애를 흠모하며 순례에 동참했지만 한두번의 여행으로 감히 인도를 안다고 혹은 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전시제목을 ‘나는 인도를 보았는가’라고 붙였으며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돌려놓았다. 그는 가는 곳마다 풍경과 관습이 다르고 세계적인 문화유산들이 널린 인도에 대해 겨우 50일간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를 겸허하게 자문한다. 그는 많은 작가들이 한 번쯤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인도를 여행하면서 80여쪽 짜리 화첩 10권 이상을 채웠다. 여행에서 돌아와 화첩을 들추며 인도의 향기를 크고 작은 화폭에 다시 담은 것이다. 그는 전시회와 같은 제목으로 펴낸 여행 그림책(종이거울 펴냄)에서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빛나는 아잔타, 엘로라 석굴, 타지마할, 보드가야 대탑의 장엄함과 갠지스 강에서 타오르는 생사의 불꽃을 잊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의 글과 그림에는 마땅히 인도의 문화유산이며 세속 풍물, 사람들, 자연 경관 등이 나오지만 그것은 관광객의 피상적인 구경거리로 나타나지 않는다. 거칠다고 해야 할 만큼 주저하지 않고 살아 꿈틀거리는 그의 붓질과 더불어 인도의 풍광과 살림살이 또한 꿈틀거린다. 마지막 남은 세계 비즈니스의 블루오션이라거나,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신흥정치강국이라는 인도의 또다른 모습보다는 힌두 문명과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의 문화와 저잣거리 풍경이 종이에 옮겨 앉았어도 살아있는 듯 숨을 쉰다. 작가는 아잔타 석굴 전경을 그린 168×533㎝ 크기 그림이나 갠지스, 타지마할과 아그라성 등을 그린 대작을 통해 “후세의 예술가들이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부르기 부끄럽게 만드는” 세계문화유산의 장엄한 스케일을 관객에게 전한다. 하지만 콜카타 마더 테레사의 집에 사진으로 걸려있던 테레사 수녀의 기도 모습, 마하트마 간디의 초상화, 길에서 마주친 인도 어린이, 길바닥에 누워있는 수행자,첫 새벽에 일을 나가는 시골여인 등 만다라처럼 펼쳐지는 인간 군상을 그린 작은 그림에서 오히려 인도의 향기를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그는 “노숙자와 가난한 아이들의 파리한 눈빛, 호수같이 말고 청순한 여인들의 애잔한 눈빛은 눈물겨웠다”면서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인도 신의 이야기와 현란한 사리복장이 보여주듯 다양한 삶의 방식은 움직이는 만다라의 세계였다”라고 말했다. 20여년간 한국을 여행하고 아프리카의 세렝기티 초원을 여행한 작품을 요즘 한양대학교 박물관에서 전시를 갖고 있는 작가는 “끊임없이 현장을 찾아가서 느끼고 깨우쳐야 발전이 있다”며 “11번째 개인전이지만 첫 전시회전처럼 긴장된다”고 말했다. (02)739-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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