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한국산 냉장고에 대한 반덤핑 판정과 관련, "LG전자의 3도어 냉장고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국내 업계에서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고 평가했다. 무역협회 브뤼셀 지부는 "글로벌 톱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전쟁의 전초전에서 승리했다"며 반겼다. 이번 덤핑혐의 제소자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 1위 가전업체 월풀. 게다가 최종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EU 집행위는 잠정 판정을 통해 한국 측에 절대 불리한 입장을 유지했었다. 특히 한국산 가전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것을 마땅찮게 바라보는 유럽 시장에서 '시비가 붙은 사안'이었다. LG전자는 어떻게 반덤핑 공세에서 극적으로 벗어났을까. ◇논리와 명분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배두용 LG전자 통상그룹장(상무)은 이와 관련, "EU 집행위 및 현지 소비자들을 상대로 기존 판정(예비판정)이 잘못됐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논리와 명분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냉장고 전쟁은 지난해 6월2일 월풀 이탈리아 법인이 한국산 양문형(2도어ㆍSide by Side) 냉장고를 덤핑혐의로 제소하며 시작됐다.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한국산이 유럽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어느 정도 견제를 예상했지만 문제는 프리미엄 제품인 3도어가 어느 순간 덤핑혐의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 배 상무는 "3도어 제품은 현재 월풀이 인수한 메이텍과 LG전자 두 회사만 생산하고 있다"며 "반덤핑 조사에 3도어가 포함된 것은 월풀이 LG전자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3도어와 양문형 냉장고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 세계적인 냉장고 표준단체 4곳에 3도어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와 병행해 공식ㆍ비공식 공청회를 3차례나 개최하며 현지 반응을 확인했다. 유럽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80%가량이 "3도어는 양문형과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 됐다=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3월1일에 이어 4번의 청문회를 거친 후 6월30일 발표된 EU 집행위 잠정안에는 여전히 3도어 냉장고가 포함돼 있었다. 배 상무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LG전자 통상그룹 직원들 모두가 달라붙어 투표권이 있는 EU 개별국가 설득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프랑스. EU 국가 가운데 자유무역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이던 프랑스가 LG전자의 손을 들어주자 이후 폴란드ㆍ스웨덴ㆍ포르투갈 등이 차례로 돌아섰다. 이 와중에 LG전자에 커다란 힘이 된 것은 정부의 지원.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피터 만델슨 EU 통상위원에게 3도어가 포함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EU 각국 공관에서도 LG전자의 억울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배 상무는 "이번 판정은 LG전자가 성공했지만 매번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FTA가 체결되면 경쟁사들의 마지막 견제수단은 덤핑혐의 제소가 될 텐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운 고가전략 등 다각도의 무역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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