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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인류의 지적 우주이고 미래를 위한 힘입니다. 지식시대에 맞는 새로운 접근과 변신이 필요합니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14일 국립중앙도서관이 개최한 디지털도서관 개관 1주년 국제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도서관이 과거 지식 서비스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됐고 저작권 강화로 무료 지식정보 제공처 기능에도 제한을 받고 있다"며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 혁명과 디지털시대에 맞게 도서관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로 도서관의 적극적인 변신을 주문했다. 지식사회에서 도서관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 국제회의는 세계국립도서관장회의 의장인 페니 카나비 뉴질랜드국립도서관장, 브루노 라신 프랑스국립도서관장을 비롯해 5개국 국립도서관장과 20여명의 디지털도서관 전문가 등이 참여하며 16일까지 서울과 제주에서 열린다. 조 교수는 산업시대를 교체하는 지식시대에 맞게 도서관이 변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디지털출판시장의 확대로 다양한 온라인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법적 제도 마련, 국립중앙도서관(문화체육관광부)ㆍ대학 및 학교도서관(교육과학기술부)ㆍ공공도서관(행정안전부) 등으로 다원화된 국내 도서관 조직의 정비, 구글의 도서관사업과 같은 기업 제휴 모델 등을 검토과제로 꼽았다. 또 유럽의 경우 국립도서관의 이용료 수입 중 15%가 공정사용(Fair Use)이라는 저작권료로 지불되는 등 무료 지식정보의 제공에도 제한을 받고 있다며 정부 예산, 신규사업 등을 통해 새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한 국가 지식정보의 정점에 있고 국가문헌의 최종 보루로 평가받는 국립도서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국립도서관은 북한과 해외동포를 포함, 8,000만명의 한국인과 한국문헌을 소비하는 60억 세계인과 미래세대가 고객"이라며 "국립도서관의 목표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세계인에게 알리고 유지하는 역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앞으로는 정보의 양보다 누가 더 질 좋고 필요한 정보를 소유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며 "도서관의 경쟁력을 양이 아니라 보유자료의 활용 빈도가 얼마나 높은가 하는 질적 수준으로 평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BBC와 공동으로 웹이 인간 두뇌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 중인 데이비드 니콜라스 런던대 교수도 이날 발표를 통해 "정보를 패스트푸드 섭취하듯 다루는 젊은 층은 분명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며 도서관이 이런 행동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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