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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골프] 유춘희 골프포위민 편집장

골프채를 맨 처음 잡은 것은 6년 전쯤이다. 가족과 친구 그 누구도 모르게 연습장 쿠퐁을 끊었다. 몰래 골프를 배우기로 한 것은 누군가 골프 얘기를 꺼내며 잘난 체를 하면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다가 대뜸 "그럼 한 번 치러 갑시다!" 하며 상대를 놀라게 할 요량이었다. 휘파람 불며 멋진 라운드를 마치면 동료들이 "언제 그렇게., 대단하던데"라는 말을 하면 "뭘 그런 정도 가지고." 할 생각이었다. 주변에 내 골프 실력에 대한 소문이 쫙 퍼지겠지. 그런데 기회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 한 IT업체의 모임에 초청을 받았다. 이제 배운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7번 아이언 하나는 자신 있지 않은가. `연습장에서는 웬만한 구력의 아마추어들처럼 쭉쭉 뻗어 나가니까. 7번 아이언과 퍼터만으로도 라운드 할 수 있다고 듣지 않았던가. 티샷도 7번으로 하면 되니까 용기를 갖고 가보자!` 설레는 마음에 라운드 일주일 전부터 맹훈련에 돌입했다. 하루 전날은 연습시간 내내 7번 아이언에만 할애했다. 솔직히 다른 건 칠 실력도 안 됐다. 용인 아시아나CC. `여기가 바로 이른바 컨트리클럽이라는 곳이구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 멋졌다. 아무리 좋아도 어쨌든 머리 올리는 날. 우리 팀이 칠 차례를 기다리며 티잉그라운드를 바라보는데 다리가 달달 떨리고 위 아랫니가 자동으로 부딪혔다. 머리 속은 먹지가 되어 배웠던 게 기억날 틈이 없었다. 인사를 끝내자마자 캐디가 내 이름을 불렀다. 드라이버를 자연스럽게 건네주면서 "유춘희 사장님, 7번 아이언은 원래 없나요?" 했다. 이게 뭔 소린가. 아뿔싸, 그것 하나만 들고 땀을 빼더니 그것만 쏙 빼고 골프백을 꾸린 것이었다. 왕초보가 그날 8번과 6번을 번갈아 치면서 느낀 것은 7번 아이언을 칠 때와 `너무 큰` 차이가 나더라는 사실이었다. 의외의 샷을 선보여 동료들을 놀라게 해주겠다는 깜짝 쇼는 `자치기 쇼`를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한 셈이다. 당시 동반자들이 그때의 날 지금도 기억하고 있으면 어쩐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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