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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원인은 '자본과 자본의 투쟁'

로버트 브레너 지음, '혼돈의 기원'1998년 미국의 대표적인 좌파지식인인 로버트 브레너가 '혼돈의 기원'이란 책을 펴냈을 때, 뜻밖으로 우파 경제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이 "여기, 마침내 좌파로부터 대단한 책이 나왔다"고 격찬했다. 현실 자본주의의 성장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한 점을 높이 산 평가이다. 우파의 칭찬과 더불어 가장 권위 있는 좌파 평론지로 알려진 '신좌파평론'은 아예 229호 한 권 전체를 브레너의 신간에 할애하는 파격적인 편집을 단행했다. '세계 경제 위기의 역사 1950~1998'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혼돈의 기원'은 경쟁론과 이윤율 저하론에 입각하여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기말에 이르는 반세기 동안 세계 경제의 번영과 위기에 대한 종합적인 서술을 시도하고 있다. 1970년대 봉건영주와 농민간의 계급투쟁의 효과를 중심으로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설명, '브레너 논쟁'을 촉발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가 자본가와 노동자간의 수직적 계급투쟁이 아닌 자본과 자본간의 수평적 전쟁에 기인한다고 주장, '신브레너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전후 장기호황(1950~65) 이 시기 경제호황은 미국ㆍ독일ㆍ일본의 '공생관계'를 통해 가능했다. 미국은 제조업 경쟁력의 약화, 엄청난 대외적자, 달러가치의 경향적 저하를 감수하면서 '국제경제의 미래'를 확보하는 동시에 세계 전체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고자 했고, 독일과 일본은 후발주자의 이점을 활용면서 높은 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나 이는 궁극적으로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이 세계시장을 강탈해 가는 과정이었으며, 따라서 당시 미국ㆍ독일ㆍ일본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공생관계에 지나지 않았다. ■ '황금시대'의 종식(1965~73) 미국ㆍ독일ㆍ일본 제조업간의 해외경쟁이 격화되면서 3국의 불안한 공생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수익성하락이 뒤따라 세계 경제의 위기가 시작됐다.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은 낮은 비용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했지만, 미국 제조업은 이미 엄청난 비용을 고정자본에 투자했기 때문에 이윤율 저하를 감내하면서도 기존 분야에 존속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을 초래했고, 경제 침체를 조정하는 정상적인 퇴출도 가로막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은 산업의 구조조정 대신 국제통화체계를 조정하여 달러를 평가절하시키는 방식으로 독일과 일본에 반격을 가했고, 이로써 미국에서 시작된 이윤율 저하의 위가는 독일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경제 전체로 확산됐다. ■ 케인즈주의의 실패(1973~1982) 경제적 경쟁력과 정치적 헤게모니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미국측 자본의 반격은 미국은 물론, 독일과 일본의 고비용 제조업 부문의 퇴출 실패와 맞물리면서, 1970년대 내내 과잉설비 및 과잉생산 경향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러한 대규모 퇴출 실패는 케인즈주의적 재정적자 정책을 선택하게 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돌이킬 수 없는 역효과를 불렀다. 보조금 없이는 파산하고 말았을 고비용ㆍ저이윤 기업들이 계속해서 늘어났고 잉여 감소에 따른 기업 투자능력의 축소, 인플레이션 가속화, 고이자율 및 신용긴축 정책 등이 악순환을 이루는 주기적 불황을 고착시키고 말았다. ■ 미국경제의 반격(1982~1998)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와 1990년대의 '신경제'는 침체일로를 걷던 미국경제에 경제성장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반짝 효과'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독일과 일본을 비롯한 제3세계의 손실을 강요하여 미국의 이익을 단기적으로 확보한 것에 불과하며, 궁극적으로 해외시장에서의 경쟁 격화에 따른 과잉설비 및 과잉생산, 그에 따른 이윤율 하락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오늘날 장기침체의 근원적인 원인인 지속되는 한 세계경제는 다시 심각한 침체국면을 맞게 될 운명에 처해 있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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