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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허브 국가를 만들자] 노련한 '협상프로' 키워야 國益 쑥쑥

아마추어급으로는 국제현안 대응 역부족 굵직한 국제협상 때마다 되풀이되는 '아마추어'들의 향연(?). 지난 2000년 6월29일 금융감독위원회 9층 기자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이 오랜만에 밝은 얼굴로 기자실을 찾았다. "포드가 대우차 인수가격으로 쌍용차를 포함해 7조7,00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포드가 대우자동차의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음을 두번씩이나 반복하며 알렸다. 이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진 순간 포드와의 협상을 담당했던 핵심 실무자는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연신 '그럴리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로부터 석달여후인 10월초(포드가 공식적으로 인수 포기를 선언하기 직전). 이번엔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일'을 냈다. 그는 기자들과의 한 모임에서 "GM이 대우차를 일괄 인수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언급, 또 한번 '설화'를 일으켰다. 국제 협상은 해당 기업이나 국가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떤 내용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협상 조건에 관한 사항은 금기중의 금기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관행의 무시는 물론 전혀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지 못한다. 지난 7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마늘협상 파동을 되돌아보자. '2003년부터 마늘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는 부분이 파문의 시발점이다. 하지만 눈길을 돌리면 또 다른 본질에 접근하게 된다. 지난 2000년4월부터 2001년4월까지 한ㆍ중 마늘협상이 5차례 진행되는 동안 우리측 협상 대표단의 재임기간은 평균 1개월에 불과했다. 매번 다른 인물들이 협상대표로 등장했다는 말이다. 마늘협상뿐 아니다. 한ㆍ일 어업협정은 9.3개월, 한ㆍ중 어업협정은 11.3개월이었다. 99년 한일 어업협상때는 '쌍끌이 어업'부분이 누락된데다 해양수산부가 어종과 어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추가로 협상하는 굴욕을 자초하기도 했다. 현대투신 매각을 위해 미국 AIG컨소시엄과 협상이 막바지에 달하던 지난해 7월. 정부는 당시 느닷없이 협상을 진두지휘하던 진동수 당시 금감위 상임위원을 세계은행 특사로 파견했다. 마늘협상때는 본협상 책임자였던 외교통상부 최종화국장이 협상도중 요르단대사로 발령받아 떠났다. 아직 진행형인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협상도 마찬가지. 정부는 지난 3월 김경림 외환은행장을 전격 경질했다. 마이크론이 스티브 애플턴을 축으로 일관된 협상을 하는 동안 우리는 '신국환 구조조정특별위원장-박종섭 전 하이닉스 사장-김경림행장-이덕훈 우리은행장-금감위' 등으로 쉼없이 대표선수를 교체해 나갔다. 당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미국 세너제이에서 협상중이던 이연수 부행장은 임기가 1년이나 남은 김 행장의 경질에 아연해 했다. 하이닉스 매각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하이닉스 협상은 '카드를 다 보여준 포커'로 변질됐다. 조직관리를 위한 인사이동이야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첨예한 이해가 엇갈리는 국제협상에서 수시로 선수를 갈아치우는 것은 전투중 지휘관을 교체하는 셈이다. 전문가가 없다보니 협상 전술이 제대로 발휘될 리 없다. 지난 93년 프랑스와의 외규장각 도서반환협상은 전술 실패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서울에서 열린 한ㆍ불 정상회담에서 미테랑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를 꺼낸 속셈은 TGV를 팔기 위함이었다. 한국은 TGV를 들여오기로 한지 10년 가까이 되도록 이들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사람의 부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끼어드는 사람이 많아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만들곤 했다. 사공이 많다 보니 시간만 질질 끌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다. 대우차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직후인 지난 99년말. 대우차는 당시 금감위와 주채권은행이던 산업은행 주도로 GM과 수의계약 형태로 55억달러에 매각될 뻔 했다. 그러나 이는 일부 청와대 인사와 정치권의 반발로 무산돼 공개입찰로 돌아섰다. 대우차는 결국 2년반뒤 10분의1도 안되는 4억달러에 팔렸다. 한보철강도 마찬가지다. AK캐피탈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막바지에 와 있지만 한보는 지난 97년 1월 부도 이후 ▦포철과 동국제강의 공동인수 ▦네이버스 컨소시엄과의 매각 협상 등이 결렬되면서 2조원을 넘던 자산가치는 4억달러(5,200억원 상당)로 곤두박질쳤다. 제일은행 매각부터 마늘협상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국제협상이 시작되면 항상 '전문가 부재, 책임 부재, 전략 부재'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교수는 "국제 협상력은 기술력만큼 한 나라가 가진 인재(人才)의 상징"이라며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네고(nego) 파워'는 인재(人災)"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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