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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7년 프랑스의 작은 항구도시 라로쉐에서는 ‘도심에서는 승용차를 이용하지 맙시다’라는 시민 운동이 시작됐다. 자동차와 매연에 잠식되어 가는 도시를 사람과 자연에게 돌려 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후 ‘세계 차 없는 날’이란 이름으로 확산된 이 운동은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 1,500여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다. 올해는 ‘사람들을 위한 거리’라는 주제로 세계 각 도시에서 ‘차 없는 주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혼잡한 교통으로 유명한 중국조차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인구 50만 이상 도시가 ‘세계 차 없는 날’ 행사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전 세계의 공감을 얻어 가는 중이다. 이 운동은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방출 축소를 통한 이상기후 예방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절실한 측면이 있다. 10일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서도 대대적인 ‘차 없는 날’ 행사가 열린다. ‘세계 차 없는 날’ 은 9월 22일지만 이날이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 첫날이라는 점 때문에 앞당겨 졌다. 서울시는 이번 ‘차 없는 날’ 행사에서 시 전역을 3단계로 나눠 승용차 운행을 줄일 방침이다. 시 전역에서는 자동차 ‘이용 자제’를, 4대문 안으로는 자동차 ‘진입 자제’를, 차 없는 거리에서는 자동차 ‘진입 통제’를 주문했다. 승용차가 아예 진입할 수 없는 ‘차 없는 거리’는 서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심 종로다. 세종로 4거리부터 동대문까지의 전 구간에서 새벽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버스를 제외한 모든 차량의 통행이 제한된다. 다만 종로를 남북으로 가로 지르는 도로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을지로ㆍ율곡로ㆍ퇴계로ㆍ청계천로 등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서울시는 현재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로 운영하는 종로에 임시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만들고 나머지 2~4차로는 시민들에게 돌려준다. 승용차로 꽉 막혀 있던 차선에 잔디가 깔리고 길거리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진다. 또 여의도에서 차 없는 거리까지 1,000여대의 자전거가 행진을 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진다. 승용차를 포기한 시민들을 위해 첫차부터 9시까지(탑승시간 기준) 버스를 무료로 운행한다. 출근길 시민들은 교통카드를 찍을 필요 없이 자유롭게 버스에 탑승하면 된다. 서울시는 이번 ‘차 없는 날’ 행사를 서울 교통문화를 바꾸는 ‘전환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인구 1,030만, 자동차가 290만대를 넘는 꽉 막힌 도시 서울의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선 ‘꼭 내 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는 시민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목영만 시 맑은서울추진본부장은 “수송분담률은 26%에 불과하지만 도로점유율이 80%에 달하는 승용차를 줄여야만 서울시가 소통의 공간을 확보하고 맑은 서울로 나아갈 수 있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서울 차 없는 날 행동요령 하나, 출퇴근 등하교시 승용차를 이용하지 말 것.(종로는 승용차 진입 통제) 둘,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이용. 셋, 가족 및 이웃들과 서울의 환경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작은 것부터 실천. 넷, 10년 후, 20년 후, 100년 후 우리 아이들이 생활할 서울에 대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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