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제자리걸음을 해온 생명보험사의 상장이 다시 추진된다. 참여정부 들어서만 지난 2003년 이후 두번째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번에는 금융계의 해묵은 과제인 생보사 상장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금융당국의 강한 자신감이 ‘무기한 연기’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던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생보사와 시민단체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장차익의 계약자 배분’이라는 쟁점을 정부가 어떤 해법으로 풀어 나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생보업계는 대체로 정부의 상장 추진을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자본확충이 시급한 교보생명은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의 한 관계자는 “합리적인 상장방안이 마련되면 올해 안에도 상장할 수 있다”며 “금융권별 장벽이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위해 자본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상장을 통해 2조7,000억여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갚아야 하는 대한생명 역시 정부의 이번 발표를 반기고 있다. 삼성생명은 정부의 상장 추진 작업에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상장안에 대해서는 입장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법 테두리 내에서 합리적인 상장안이 나온다면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그러나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이 나온다면 무리하게 상장을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2월 중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상장방안을 만들 계획이다. 태스크포스에는 금융당국은 물론 시민단체ㆍ생보사 관계자들의 참여가 배제된다. 2003년 구성됐던 상장자문위원회와 유사하다. 태스크포스가 풀어야 할 과제는 언제나 되풀이됐던 ‘상장차익의 계약자 배분’이다. 시민단체는 과거 생보사 성장에 기여한 유배당상품 계약자에 대해 상장차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배분 기준을 만들기 위해 89년과 90년 교보와 삼성생명이 자산을 재평가해 얻은 차익 중 계약자 몫(삼성 878억원, 교보 662억원)의 자본금 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생보업계는 “생보사는 엄연히 주식회사로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상장차익을 계약자와 공유하라는 것은 엄연한 주주의 재산권 침해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03년 구성됐던 상장자문위원회는 “삼성ㆍ교보생명의 자산재평가 차익이 회사가치 증대에 기여한 측면이 인정되며 이에 따라 상장이익의 배분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현행 법령상 상장이익 배분을 강제한 직접적인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상장차익 일부를 공익재단 등에 출연하는 중재안이 만들어지기도 했으나 이는 생보사ㆍ시민단체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상장차익의 계약자 배분’이라는 주요 쟁점에 대해 시민단체와 삼성생명 등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올해 상장 추진 작업이 과거와 다른 점은 중소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상장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셋과 금호생명 등은 상장을 전제로 공모주 유상증자를 단행해 성공했다. 또 두 회사 모두 2008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 생보사는 대형사와 달리 과거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상장차익 배분 등의 걸림돌이 없는 만큼 보다 손쉽게 상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자본확충이 시급한 교보생명과 상장에 걸림돌이 없는 중소형사들이 올해 상장 작업을 주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상장 추진을 발표하면서 “현행법과 규정체제하에서 생보사 상장을 위해서는 개별기업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을 구체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식으로 생보사 상장에 새로운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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