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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기업의 기부문화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2005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이종문 암벡스벤처그룹 회장을 최근 인터뷰했을 때의 일이다. 이 회장은 지난 82년 54세의 나이에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시스템스를 설립했고 지금은 미국 첨단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실리콘밸리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열심히 일을 해야지요. 은퇴하고 나면 아내와 내가 남은 인생을 보낼 만한 여윳돈을 빼고는 모두 공익재단이나 사회에 돌려주려고 해요. 회사에 모든 청춘과 정열을 바친 종업원들과 오늘의 저와 기업이 있게 해준 사회에 이제는 은혜를 갚아야지요.” 검은 턱시도와 나비 넥타이를 매고 인터뷰에 응한 이 회장은 사회의 관심과 도움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기업을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이 회장뿐 아니다. 미국 기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을 하나의 경영철학으로 실천하고 있고 자본주의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전통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과 아내 멜린다는 지난해 받은 주식배당금 33억5,000만달러를 모두 자신들의 재단에 기부했다. 지난 1년 동안에만 우리 돈으로 3조원 이상의 돈을 재단에 낸 것이다. 가치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워런 버핏의 부인으로 지난해 7월 사망한 수잔 버핏은 지난해에만 24억달러를 버핏 재단에 남겼으며 400억달러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워런 버핏도 은퇴 후 재산의 대부분을 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대형 회계부정과 집단소송으로 자본주의 심장부인 월가(街)를 색안경을 끼고 삐딱하게 보는 시각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애정과 사랑을 가지고 기업을 대하는 것은 기업들의 기부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창업한 기업을 어떻게 해서든 자식들에게 또는 친척에게 물려주기 위해 주식을 변칙증여하고 이 과정에서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일부 한국 기업들과는 천양지차를 느끼게 한다. 수직공(手織工)의 아들로 태어나 철강왕국을 건설했던 데일 카네기는 경영자의 일생을 2기로 나누었다. 인생 전반부는 부와 재산을 축적하고 후반부에서는 쌓은 부를 사회복지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은퇴 후 교육과 문화사업에 몰두하며 카네기멜론대학과 교육진흥재단에 막대한 자금을 기부하며 평소의 경영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카네기의 후예가, 이종문 회장을 닮은 경영자들이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이 쏟아져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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