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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경제다]성숙한 노사관계

“TV로 보는 한국은 전투국가죠.” 지난해 8월 산업자원부는 다국적기업들에 긴급히 한 설문지를 돌렸다. 동북아중심국가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외국인투자가 오히려 뒷걸음질치자 그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약점’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노사문제 32% ▦행정규제 20% ▦고비용 14% ▦북핵 문제 8%의 순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KOTRA의 설문조사 결과도 ▦노사문제 25% ▦고비용 16% ▦북핵 문제 14% ▦행 정규제 13%로 나타났다. 다른 항목들에서는 오차가 있었지만 노사문제가 한국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국제 경영계가 한국의 노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는넘쳐난다. 같은 시기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가 세계 500대 다국적기업 아시아태평 양지역 최고경영자(CEO) 71명을 대상으로 한국과 중국ㆍ홍콩ㆍ싱가포르ㆍ일본 5개 국가의 경영환경을 조사했다. 결과는 한국이 5위, 최하위다. 노동자들이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으로 원내에 진출한 후 이런 ‘꼴찌 노사’가 변신할 수 있을까. 기대감은 한껏 고조되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런 기대감을 현실로 끌어올리는 첩경은 노와 사가 국제 기준, 즉 ‘글로벌스탠더드’를 따르는 것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 노동법은 세계사적으로 노동자가 사용자와 싸우면서 발생해 근원적으로 적 대적이지만 사회안정을 위해 서로가 살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 조문화시킨 것이다. 그런데 우리 노동문제는 출발단계에서부터 이런 기본적인 인식에서 벗어났 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을 표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노민기 노동부노사정책국장은 “사용자는 노조를 불필요한 조직, 불합리한 조직으로 인식하고 노조는 수십년간 쌓아온 구악을 깨기 위해서는 힘ㆍ과격투쟁 없이안된다고 의식, 충돌하면서 한국식 노사문제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힘’이 없으니 ‘힘’을 써야겠다는 논리로 과격ㆍ폭력시위를 주도했다. 그러나 노동계가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으로 ‘힘’을 가졌기 때문에 과격 ㆍ가두폭력은 이제 정당성을 더 잃게 됐다는 분석이다. ‘물리력’이 아닌 ‘합리력’이 각종 현안을 풀어나가는 핵심적인 힘이 돼야 할 것이라는 지 적이다. 이남순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와 관련, 19일 이임기자회견을 갖고 “노동운동 상황이 크게 변한 만큼 앞으로 노동운동은 투쟁을 위한 투쟁은 지양해야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노동계에 남겼다. 특히 노동운동은 ‘노동계의 양극화’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호 노동부 비정규직대책과 서기관은 “외환위기 후 대기업의 독점력 이 더 커지면서 대기업 노동자의 독점력만 더 커졌다”며 “중소기업 노동 자들의 부와 기회를 대기업 노동자들이 빼앗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과격투쟁에 앞서 새겨봐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노동운동가들은 거리에서 잘못됐다 고 비판만 하면 됐으나 이제는 책임도 져야 할 상황에 도달했다”며 한국노동운동이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한 손으로는 박수소리가 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노동계의 반대편에 서 있는 재계의 변신도 주문하고 있다. 노동계의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대기업 사용자는 경제우선주의에 매몰됐던 역대 군사ㆍ권위주의 정부가 막아 줘 노동문제에 대해 고민이 없었지만 이젠 크게 바뀐 환경만큼 새로운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경영자의 능력인 시대가 됐다”고 시각변화를주문했다. 그렇다면 노와 사가 요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점은 어디가 돼야 될까. 전문가들은 ‘글로벌스탠더드’라고 대답하고 있다. 일단 국제기준에서 해답을 찾고 한국상황에 맞게 완급을 조절해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노 국장은 “특히 우리는 노사가 합심하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외 환위기 직후 몸으로 경험한 나라”이며 “그 기억을 되살려야 된다”고 말 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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