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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뢰 잃은 부동산정책
입력2006-11-05 18:26:41
수정
2006.11.05 18:26:41
“파주가 1,300만원, 은평이 1,500만원이었습니다. 분양이 지연되면서 은행에 이자 물은 것을 따지면 이 정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도권의 한 모델하우스. 아파트 입지에 비해 분양가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질문에 너무 당연하다는 듯 S건설회사 L부장이 하는 대답이다. 부동산시장이 안좋을 때마다 흔히 등장하는 중도금 무이자나 이자후불제 혜택을 줄 계획이 있는지 묻자 L부장은 “시장이 나쁘면 무이자를 하고 좀 나으면 후불제를 하겠지만, 인천에서 분양되는 것 보면 준비 안해도 될 것 같기도 하고…”라며 미소를 보였다. 최악의 미분양 사태로 속을 앓던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갈지(之) 자’ 행보를 보이자 건설 업체들이 다시 분양가를 올릴 태세다. 전국의 미분양 물량이 7개월 만에 줄어들기 시작하고, 미분양 적체가 특히 심했던 부산ㆍ대구에서도 아파트가 조금씩 팔려나가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장사 채비에 나서는 것이다.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집값을 바라보면서 수요자들은 ‘지옥’을 떠올리지만 공급자들은 ‘천국’을 만난 듯한 표정이다. 정부가 이달 중 추가 부동산대책을 예고했지만 이미 ‘종이 호랑이’로 취급받은 지 오래다.
현장에서 고분양가가 책정되는 과정을 바라보고 있자면 정부만 탓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장사에 이용해 이윤을 남기는 기업은 어디든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고분양가가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데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대가이고, 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더구나 그 최종 피해자가 국민이라면 더더욱 문제의 심각성은 깊고 또 아프다.
정부가 추가 부동산대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재탕 삼탕의 정책을 마치 새로운 내용인 양 포장하거나, 인심 쓰듯 규제 한두개를 풀어주는 데 그친다면 정부는 다시 한번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다. 신뢰는 쌓기 어렵다. 하지만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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