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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일단 정지'
입력2006-04-19 13:53:25
수정
2006.04.19 13:53:25
현대차그룹이 19일 오너 일가의 글로비스 주식을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금줄'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차의 경영권 승계 계획은 검찰 수사에 이은 이번 글로비스 주식사회 환원을 계기로 한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영권 승계 어디까지 왔나 =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의 지분 14.59%,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의 38.67%, 기아차가 현대모비스 지분의 18.19%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순환지배구조다.
기아차가 현대제철 지분 18.36%를 가지고 있는 등 주로 이 3개 회사가 30여개에달하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즉, 현대차나 기아차, 현대모비스 중 1개 회사의 지분만 다량 보유해도 현대차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이중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지분을 각각 7.9%, 5.20% 보유해 그룹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현대모비스 주식은 전혀 없으며 현대차 주식도 전체 지분의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6천445주만 가지고 있다.
그동안 정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분을 매집한 곳은 기아차.
정 사장은 작년 2월 현대캐피탈로부터 기아차 주식 350만주(1.01%)를 매집한 데이어 11월 다시 현대캐피탈로부터 340만4천500주(0.98%)를 사들여 현재 1.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후계자로 인정받기에는 현재 보유 지분이 턱없이 낮아 기아차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 글로비스는 경영권 승계의 자금줄 = 정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기아차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문제다.
정 사장은 이 자금을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글로비스와 본텍의 지분을 팔아 마련해 왔다.
그는 2004년 11월 노르웨이 해운사인 빌헬름센에 자신의 글로비스 지분중 25%를매각한 대금(1억달러)으로 작년 2월 기아차 주식 1.01%를 매입하고, 작년 9월 본텍주식 30%를 독일 지멘스에 판 대금으로 다시 11월 기아차 지분 0.98%를 사들였다.
증권가에서는 정 사장이 이후에도 이 같은 방법으로 기아차 주식을 추가로 사들일 것으로 관측해 왔다.
정 사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 지분(31.88%)의 평가액은 18일 종가기준으로 5천억원에 육박해 지분 일부를 팔아 기아차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 글로비스 주식 환원으로 돈줄 말라 =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이날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을 조건없이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기로 하면서 이같은 시나리오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 사장이 기아차 지분을 매입할 자금 마련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회사에서 받는 연봉은 수십억원에 불과하고 배당금도 역시 수십억원(작년 기준 35억원) 규모다.
정 회장이 이 돈 등을 포함해 해마다 100억원을 기아차 주식 매입에 동원한다해도 매년 살 수 있는 주식은 50만주(주당 2만원 기준)로 전체 지분의 0.1% 남짓에불과하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이노션(광고)과 엠코(건설) 등 정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를 글로비스와 같은 방법으로 상장을 거쳐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차측이 이노션과 엠코의 지분 처리 방안도 검토중에 있는데다 만약 글로비스와 같은 과정을 밟는다면 엄청난 역풍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사회의 감시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건되는 상황에서 정 회장 부자가 택할 방법은 결국 정공법밖에 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당한 세금을 내고 정 회장이 보유 지분을 정 사장에게 증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분을 증여받을 경우 증여세가 50%에 달해 정 사장이 따로 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증여받은 지분의 절반을 세금 납부를 위해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이 경우 정 사장의 그룹 장악력은 받은 지분보다는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중 한 곳의 지분만 소유해도 현대차그룹을 장악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정 회장이 증여해 준 현대모비스(7.9%)와 현대차(5.20%)의 지분중 한 곳을 처분해 세금을 내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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