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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정당의 경선잡음
입력2004-02-25 00:00:00
수정
2004.02.25 00:00:00
얼마 전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여의도 열린우리당 중앙당사를 찾았다. 부산에서 아침 비행기를 타고 상경했다는 그의 얼굴에는 겉보기에도 성난 표정이 역력했다.
이 전 수석이 금쪽 같은 시간을 쪼개 중앙당사를 방문한 이유는 자신이 출마하는 부산 중ㆍ동구 지역구에서 치러지는 경선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정치 초년병인 그가 불만을 갖게 된 배경은 아주 간단했다. 지역구에서 경선을 치를 상대후보가 이당 저당을 왔다 갔다 하는 대표적인 철새 정치인인데다 존재하지도 않는 단체의 장(長)을 빙자해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무자격자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중앙당사에서 그날 열리는 공천후보자격심사위원회에 경선 이의신청을 했고 반드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 전 수석으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한 심사위는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부랴부랴 경선후보에 대한 실사단을 급파하는 수선을 떨어야 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24일 우리당은 부산 중ㆍ동구를 경선지역이 아닌 단일후보 추천지역으로 변경했다. 단일후보는 물론 이 전 수석이다.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총선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우리당이 경선 잡음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이 전 수석을 발끈하게 했던 일은 아주 경미한 사례에 불과하다.
경선에 불만을 가진 후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중앙당사를 항의방문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우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선지역 31곳 중 후보들이 이의를 제기한 곳이 10여군데에 달한다”며 경선을 둘러싼 잡음이 예사롭지 않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야당에서도 공천 잡음은 거의 마찬가지지만 젊음과 개혁을 유달리 강조하는 우리당에서마저 경선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표만을 의식한 탓이 크다고 본다. 경선이 갖는 바람몰이 효과만을 노렸을 뿐 `대충대충` 식의 준비소홀이 몰고올 후폭풍을 미리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유권자들의 눈에는 경선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기보다는 오히려 `불순한 목적`의 수단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우리당에 겉치레 경선의 중단 또는 개혁을 촉구한다.
<박동석 기자 <정치부>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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