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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稅政 겉과속] <6> 오리무중의 세정

납세자 여론수렴 대충… '당국만의 잔치'<br>공청회·토론회 열려도 법안 제·개정은 일방통행<br>중장기 정책비전 흐릿해 부처간 혼선빚기 일쑤<br>제도 급조했다가 조세저항 우려 땜질처리 빈번

[요동치는 稅政 겉과속] 오리무중의 세정 납세자 여론수렴 대충… '당국만의 잔치'공청회·토론회 열려도 법안 제·개정은 일방통행중장기 정책비전 흐릿해 부처간 혼선빚기 일쑤제도 급조했다가 조세저항 우려 땜질처리 빈번 • 정치 논리에 휘둘려 세제 '이랬다 저랬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5월4일 오후. 청와대에서는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비밀회의가 열렸다. 회의내용은 함구에 부쳐졌으며 회의 사실조차 당일에야 확인됐다. 이날 오후6시께. 재정경제부는 회의 결과라며 짤막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1가구2주택 양도세 실가 과세 등 대형 정책들이 담겨 있었다. 엄청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대상자가 몇이냐” “시행시기가 언제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브리핑한 당국자는 “저희도 자세한 내용을 모릅니다”는 황당한 발언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회의에 참석한 관료들은 휴대폰을 꺼놓고 어디론가 사라진 상황. 10ㆍ29대책 이후 가장 강력하다는 ‘5ㆍ4대책’은 흔한 공청회 한 번 없이 몇몇 당국자들의 손놀림만으로 소리소문 없이 탄생했다. 정작 세금을 내야 할 800만가구는 아이들과 놀러나갈 단꿈에 젖어 있을 시간이었다. 세제는 일상생활과 직결된 경제정책의 근간이다. 충분한 여론수렴과 투명한 입법과정은 필수요건이다. 하지만 한국의 세제는 언제나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곤 한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당국의 정보독점과 미비한 여론수렴을 후진적인 세제정책의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종합부동산세 입안과정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다년간 보유세 개편안을 만들면서 다섯 차례도 안되는 공청회만을 열었다. 공청회나 토론회가 열려도 법안 제ㆍ개정은 일방통행이다. 전문가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에 세부담 규모 등 주요 자료를 재경부ㆍ국세청 등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영훈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세청 등에 관련 통계나 자료를 요구해도 답을 듣기 어렵다”며 “개인신상도 아닌 연구정보마저 얻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민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비판적 입장의 전문가들은 공청회 등에 의도적으로 배제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중장기 정책비전이 흐릿하다 보니 부처간 혼선이 빚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해 수십 만명의 3주택 보유자들은 재경부가 섣불리 내놓은 양도세 중과 연기방안에 소득신고를 늦췄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청와대와의 갈등 이후 과세방침으로 돌아섰고 정부를 믿은 이들은 수백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했다. 제도를 급조하다 보니 사후 땜질 처리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세제개편안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정부는 파생금융상품 양도차익 등에 대한 과세방안을 내놓았다가 조세저항을 우려, 발표자료에 종이까지 덧대가며 급히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감세정책도 주먹구구다.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규정과 특별소비세 인하는 연장과 연장의 연속이다. 그런 사이 세제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비판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국민들이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라는 대의명분에 공감하면서도 정책을 믿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정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춤추는 세제는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때문일까, 세금환급 운동을 벌여온 한국납세자연맹은 수년 만에 82만명이 참여한 대형 시민단체로 자리잡았다. 갑작스레 오른 세금으로 제2의 재산세 파동이 예상되는 올해에는 어떨까. “당국자들은 일방적으로 세제를 만들지만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이라는 말은 세제정책의 현실을 나타내는 상징적 발언이다. /특별취재팀=안의식기자 김영기기자 이종배기자 현상경기자 miracle@sed.co.kr 입력시간 : 2005-05-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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