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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영 명예회장 별세] 현대家 초석다진 '부도옹'

휠체어경영등 최근까지 왕성활동 불구<br>그룹재건 꿈 못이룬 '비운의 경영자'로<br>한라건설은 정몽원 회장체제 유지될듯

부시 前대통령과 만남 고 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의 삶은 쓰러지되 다시 일어나고 흔들리되 결코 굴하지 않았던 ‘오뚝이 기업인’의 표상이었다.
지난 51년 형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 이끌려 들어선 기업인의 길. 전후 불모의 땅에서 맨손으로 중공업과 건설 입국의 기반을 다진 반세기 동안 그는 숱한 시련에 날개가 꺾이면서도 폐허 속에서 비상하는 불사조처럼 다시 날아올랐다.
고희(古稀)의 나이에 뇌졸중으로 속절없이 쓰러졌던 그를 다시 휠체어에 끌어 앉힌 힘도 86 평생의 영욕을 품은 기업혼(魂)이었다.
휠체어에 앉아 IMF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했던 정 명예회장은 99년 방한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담소를 나누는 등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과시했다.

기자시절 공로 특별상 받아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청년 시절 동아일보와 대한매일 기자로 활약했던 정 명예회장은 지난 97년 서울언론인클럽으로부터 언론상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故 정몽헌회장 빈소 찾아 2003년 사망한 조카 정몽헌회장의 빈소를 찾아 고개를 떨구고 있다



20일 별세한 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은 온갖 시련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재계에서 ‘휠체어를 탄 부도옹(不倒翁)’으로 통했다. 그런 그가 마지막 소망이었던 한라그룹의 명예회복을 끝내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 ‘비운의 경영자’로 남게 됐다. 고인은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으로 현대건설의 초석을 다졌고 독자적으로 한라그룹을 창업해 한때 재계서열 12위까지 키웠다. 최근에는 그룹 재건을 위해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를 다시 사들이는 데 공을 들이며 새로운 도약을 꿈꿨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근까지 한라그룹 명예회복 노력=자동차 부품, 건설 등을 중심으로 한 한라그룹은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계열사끼리 선 지급보증 때문에 위기를 맞았고 계열사가 뿔뿔이 흩어졌다. 현재는 한라건설만이 그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 정인영 명예회장은 지난 1920년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아산마을에서 6남2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으며 일본의 아오야마학원(靑山學院)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귀국해 언론인(동아일보 대한일보 기자)의 길을 걸었다. 고인은 51년 형 정주영 명예회장의 요청을 받아 현대건설 전무로 입사해 현대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는 53년 현대건설 부사장을 거쳐 61년 현대건설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 이후 76년까지 대표이사로 15년 동안 재직하면서 현대건설을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로 키우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현대건설을 경영할 당시에는 정주영 명예회장과 경영방침을 두고 적지않은 갈등도 빚었고 이것이 결국은 형제간 ‘결별’로 이어진 것으로 재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고인은 62년 10월 현대양행과 만도기계를 설립, 제조업을 시작했다. 그는 76년 현대건설 사장직을 내놓고 오로지 중공업 분야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그룹이 한창 발전하고 있던 80년 서슬 퍼런 신군부의 발전설비 통합정책으로 현재의 두산중공업인 현대양행 창원공장을 정부에 넘겨줘야 했다. 졸지에 당시 그룹 주력사인 현대양행을 빼앗기고 사업 기반을 잃었지만 다시 만도기계를 국내 최대 부품사로 키워내며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89년 나이 70세에 뇌졸중이 발병하면서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휠체어 경영’에 나서 왕성한 경영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그룹 주력사인 만도기계까지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단행한 후 한라건설을 중심으로 또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라건설은 정몽원 회장 체제 유지=정인영 명예회장의 별세 후에도 한라건설은 현재의 정몽원(52) 회장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고인은 97년 1월3일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자리를 물러나면서 당시 한라건설과 만도기계 등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차남 정몽원 현 회장(당시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후계 구도를 마무리지었다. 이에 따라 정인영 명예회장 별세로 인한 경영권 변화도 없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재 한라건설의 주식소유 분포는 정몽원 회장이 전체 주식의 16.47%(158만6,780주)를 소유해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고 한라건설이 12.19%, 학교법인 배달학원 2.20%, 정인영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정몽원 회장의 형인 정몽국(54)씨가 0.92%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국씨는 현재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은 서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으며 평소 소탈한 성격에 친화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라건설은 최근 국내외에서 토목, 주택 및 개발사업, 플랜트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경부고속철도, 서해안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등 도로와 철도, 공항 항만 등 토목공사와 사회기반시설 건설사업, 준설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한라비발디’ 브랜드로 아파트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현대家 '화해물꼬' 트나… 상가회동 관심
玄회장-정몽준의원등 2세들 갈등봉합도 기대
'범현대가 화해의 실마리 찾나.' 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범현대가 사람들이 상가 회동을 통해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창업 1세대이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정인영 명예회장은 '재계의 부도옹'으로 불리며 오뚝이처럼 일어서 현대가의 강한 근성을 몸소 보여줬던 인물. 현대가 주변에서는 이 같은 고인의 뜻을 헤아려 최근 심각한 알력을 빚고 있는 현대가 2세대들이 대승적 견지의 화합을 이뤄낼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우선 최근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 대규모 지분 매입으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의 양 당사자인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정몽준 의원과의 만남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고인의 동생인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1주기 제사 때 두 사람은 정 명예회장의 성북동 자택에서 조우했지만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현대아산그룹이 그동안 꾸준히 우호지분을 확보해 한시름을 놓은 상황이지만 분쟁과정에서 양측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여서 상갓집에서 어떤 대화를 나눌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참석 여부와 현 회장과 정 의원 등과의 만남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때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매입은 "현대그룹을 정씨가 계승해야 한다"는 범현대가의 보이지 않는 '동의'가 있었고, 그 중심에 정몽구 회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아직 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현대가 주변에서는 창업 1세대가 가고 난 빈자리에 2세대 수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진 정몽구 회장이 현대가의 단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조정자 역할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가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과 정몽구 회장의 구속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이제는 어려운 상황도 많이 지나간 만큼 가족들이 갈등을 봉합해야 할 때"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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