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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 경제기행

■배이동ㆍ김영인 지음/ FKI미디어 펴냄 “손오공이 72가지 변신술을 쓰며 대적하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독수리, 매, 호랑이, 참새, 벌 등으로 자유자재로 변하는 것은 오늘날 변화에 끊임없이 대처해야 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하는 핵심적인 경영요소중 하나다.” 이 책은 동양의 전통적인 고전인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을 통해 기업경영의 다양한 측면들을 설명하고, 나아가 어떻게 이를 창조적으로 기업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지를 제시한 책이다. 그동안 `삼국지`나 `수호지`에서 다뤄졌던 정치적ㆍ군사적 의미의 전략ㆍ전술들을 경제활동에 접목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들은 많이 있었으나 서유기에서 배우려 한 것은 이 책이 거의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손오공이 바위틈에서 탄생한 이래 수보리 조사에게서 변신술과 무예를 배워 화과산에 원숭이 왕국을 이룬 때부터 석가여래 앞에서 제 재주를 믿고 날뛰다 오행산에 유폐된 후 삼장법사 일행을 만나 천축국까지 불경을 구하러 가는 10만8,000리 길에서 겪게 되는 갖가지 사건들을 기업들의 경영활동과 일대일로 대비시켜 하나씩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름이 없던 손오공이 이름을 얻는 것은 기업이나 상품의 네이밍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며, 귀속에 넣을 수 있는 바늘 크기에서 33천자까지 늘어나는 여의봉은 작은 돈이 큰 돈으로 변하는 사업의 `기적`을 설명하는 사례로 인용된다. 손오공이 늙은 원숭이들을 쫒아 내지 않고 중용하는 것도 단순한 육체적 나이가 아니라 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경륜과 지식을 높이 평가하는 인재발탁 기준을 가진 것으로 재해석된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석가에게 도전한 것도 끈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손오공의 향상심이 빚어낸 `벤처정신`으로 높이 평가된다. 몸에 박힌 8만4,000개의 솜털중 일부로 수시로 자신의 분신을 만들었다가 거둬들이곤 하는 것은 현대식 경영기법의 하나인 `기업 인수합병(M&A)`의 전형적인 사례로 탈바꿈한다. `서량 여인국`에 도착했을 때 여자들이 떼를 지어 몰려 들며 `황금이 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향락보다는 가치가 없을 것`이라며 유혹하는 것을 단호히 뿌리치는 것도 기업경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쾌락과 사치의 유혹에 빠지고 마는 일부 기업인들에 대한 경종의 사례가 된다. 이 밖에 손오공 일행이 수많은 나라들을 오가는 동안 접하는 이채로운 풍물과 다양한 인물들과의 조우도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기업인들에게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일깨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국내 대기업 및 벤처기업들에서부터 외국의 유수 기업들, 그리고 이들의 최고경영자(CEO)에 이르는 다양한 사례가 무수히 인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들의 식견에 놀라게 된다. 비록 서유기 한 대목 한 대목을 현대경영과 직접 연관시켜 해석하려 함에 따라 다소 무리가 따르는 대목이 있긴 하지만 손오공이 수많은 요괴들과 싸우면서 겪는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기업인들에게 용기와 도전정신으로 대변되는 손오공의 `기업가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베이징(중국)=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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