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스’ ‘지옥의 체험’ 등으로 국내에선 ‘제한상영가’ 전문(?) 감독으로 알려진 카트린 브레야. 20일 개봉되는 그의 작품 ‘팻 걸’ 역시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지난 6월 제한상영가 등급이 내려졌던 영화는 재심의 끝에 한 달 만에 무삭제로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이로써 ‘팻 걸’은 국내 개봉관 영화 사상 처음으로 체모와 성기 노출 장면이 잘리지 않은 채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그러나 “누가 이 장면을 보고 성적 자극을 받겠는가”라는 영상물등급위원회 김수용 위원장 말대로 영화는 음탕함이나 외설과는 거리가 멀다. 그간 영화 속 사춘기 아이들의 성욕이 ‘아메리칸 파이’나 ‘몽정기’처럼 ‘신비함’을 깨는 유머였다면, ‘팻 걸’은 소녀들이 겪는 ‘첫 경험’을 통해 그들이 겪는 충격과 좌절감을 예리하게 그려냈다. 주인공인 두 자매는 정반대의 외모만큼이나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다. ‘바비 인형’을 닮은 언니 엘레나는 사랑과 섹스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갖고 있지만, 뚱뚱한 동생 아나이스는 ‘첫 경험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해야 한다’며 나이답지 않은 조숙함을 드러낸다. 이윽고 그들 앞에 멋진 대학생 페르난도가 나타난다. 그에게 반한 엘레나는 결국 페르난도를 몰래 집으로 데려와 ‘첫 경험’을 나누고, 동생은 잠든 척 이 모든 걸 지켜본다. 영화 내내 소녀들을 어루만지며 자매간의 질투와 사랑을 그려내던 카메라는 후반부 느닷없이 관객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감행한다. 언니의 ‘환상 마감’과 동생의 ‘현실 시작’이 교차되는 데 이르면 놀라움은 전율로 다가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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