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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골프] 아버지와 골프

나는 나이 서른이 조금 넘어 우연한 기회에 골프에 입문했다. 그러나 골프 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은 마흔이 다 되서 였다. 이제 골프사업을 ‘업’으로 삼게 되었지만 어릴 적에는 골프를 무척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 때문이었다. 일찌감치 골프를 시작한 아버지께서는 타고난 운동신경과 체력으로 골프를 사랑하셨다. 오랜 외국생활의 고난과 고달픔을 달래기 위해 시작된 아버지 의 골프는 취미에서 수준급 실력으로 발전돼 갖은 모임에서 빛을 발했다.덕분에 우리 가족은 주말에도 식사 한끼 같이 하기 어려웠다. 집안의 모든 행사가 아버지의 골프 스케줄에 밀렸고 어느 해 여름은 일찌 감치 계획됐던 가족여행까지 어긋나자 어린 우리 자매는 아버지 방에 멋지 게 장식돼 있던 각종 상패들을 몰래 내던지기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에게 골프는 증오의 대상이었다. 골프에 대한 적대감이 쌓이자 집안 분위기는 점차 묘해졌고 아버지는 골프 에 대해 일체 이야기 하지 않으셨다. 새벽 라운드를 가실 때는 식구들 깰까 몰래 나가시곤 했다. 골프에 대한 이런 적대감은 나이가 들면서 무관심으로 변했다. 유학시절 여러 가지 운동을 즐기면서도 골프에는 관심이 없었고 아버지가 “힘들 때 위로가 될 것”이라며 사 주셨던 골프채는 다음 날로 팔아 치웠다. 그 때는 골프 채보다 햄버거 값이 더 궁했던 때였다. 물론 지금은 후회 막심이다. 그 때 시작했으면 골프 사업이 아니라 골프 플레이가 ‘업’이 됐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어찌 됐건 그렇게 마흔을 넘겨 골프를 좋아하게 되면서, 또 철이 들면서 요즘은 내 골프를 통해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젊은 시절 아버지가 울고 웃으셨을 상황들을 다시 내가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 때 아버지를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이제 연세도 많이 드시고 병환을 앓고 계시는 아버지…. 지난 주 봄 날씨가 너무 따사로워 연습장에 모시고 갔던 아버지는 예전의선수 같은 스윙은 간데 없이 힘겹게 채를 휘두르셨다. 마음이 아팠다. 골프가 인생의 낙이었던 아버지가 오래 건강하게 골프를 즐기시면서 아직 깨 닫지 못한 골프의 매력을 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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