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만 산더미… 전고점 넘어설 가능성<br>外人주식매도·수출타격 겹쳐 亞통화중 가장 약세<br>유럽계 채권자금 이탈 가능성도 '태풍의 눈' 부상
 |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한 20일 명동 외환은행 글로벌마켓영업부의 한 딜러가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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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만 산더미… 전고점 넘어설 가능성外人주식매도·수출타격 겹쳐 亞통화중 가장 약세유럽계 채권자금 이탈 가능성도 '태풍의 눈' 부상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한 20일 명동 외환은행 글로벌마켓영업부의 한 딜러가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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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면서 추가 상승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동유럽발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국내외 증시 약세, 이에 따른 투신권의 환헤지용 달러 매수, 조선사의 선박수주 취소 등 산더미 같은 악재로 더 오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동유럽 디폴트 위기와 맞물려 국내에 투자한 유럽계 채권자금 이탈 여부가 '태풍의 눈'으로까지 부상, 전고점(1,525원)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산더미 같은 악재…아시아 통화 중 원화가 가장 약세=작금의 외환시장은 악재 장세다. 우선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미 GM 파산설까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는 최고조에 달한다. 미 다우지수가 7,500선 아래로 급락한 점이나 예상을 뛰어넘는 심각한 경기침체도 외환시장 입장에서는 대형 악재다.
국내 사정은 더하다. 외국인 주식 매도는 결정타다. 외국인은 9거래일간 1조4,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면서 주가 급락과 환율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외 증시 약세로 해외투자펀드에서 평가손이 발생하며 투신권의 환위험 헤지분 청산과 관련된 달러화 매수세도 환율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해외선사로부터 선박수주 취소가 잇따르고 있는 점이나 북한 미사일 발사 우려, 큰 폭의 무역수지 적자 등도 외환시장의 부정적 변수다.
특히 아시아 주요국 통화 중 한국 원화가 가장 약세다. 수년간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절상된데다 키코,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등 환율하락에 베팅한 파생상품 포지션과 연관한 손절성 매수, 불균형적인 대외의존도 심화, 신용경색 여파에 따른 외채 부담 등이 다른 통화에 비해 원화가치를 더욱 절하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계 채권자금 '태풍의 눈' 부상=국내에 유입된 유럽계 채권자금은 또 다른 환율불안의 변수다. 외국인 채권자금 움직임은 올 들어 크게 주목 받지 않았지만 최근 동유럽 국가의 외화유동성 위기로 유럽계 자금의 동향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외국인의 국내 채권보유 규모는 38조원으로 국내 전체 채권시장의 4% 수준이다. 외국인 채권자금은 지난해 상반기 15조원이나 증가했지만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무려 16조원이 빠져나갔다. 이중 유럽계 채권은 약 18조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유럽계 자금이 유동성 부족으로 만기 전에 중도 이탈하느냐의 여부다. 현재 동유럽에 가장 많이 물린 오스트리아 자금은 국내에 유입된 게 없고 이탈리아ㆍ벨기에ㆍ네덜란드 투자금도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 채권 투자금은 수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유럽 금융위기로 유럽계 은행의 외화유동성에 빨간불이켜지면 국내에 유입된 막대한 유럽계 채권 투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외환시장은 더욱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가 상승 지배적…전고점 넘어서나=당국의 개입 여부가 관건이지만 현재로서는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역외 매수세가 심상찮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1,300원대에서 줄기차게 매도에 나섰던 역외세력이 1,400선을 넘어서자 뒤늦게 매수에 가담하고 있다"며 "워낙 매수심리가 커 당국의 강력한 개입이 나오지 않는다면 환율 고공행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에서는 환투자 관련 펀드가 역외매수세를 이끄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세라면 지난해 11월 장중 전고점인 1,525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환율이 내려갈 변수는 거의 없어 보인다"며 "동유럽발 금융위기, 경기침체 심화, 국내외 증시 약세 등을 감안하면 전고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두현 외환운용팀장은 "미국에서 시장의 악재를 뒤집을 만한 전기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흐름 자체가 상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어 전고점 돌파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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