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화제다. 전 작품도 해당 세대의 폭발적 공감을 얻었던 것처럼 같이 40~50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 소품이나 대사를 통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데 성동일씨의 "요즘은 은행금리가 내려서 15%밖에 안 된다"는 대사가 세월의 차이를 실감하게 한다. 요즘 시중 금리가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지만 고금리 시절도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금리가 15%일 당시에도 고령화 사회에 대한 전망은 나왔다. 당시 평균수명이 68세였으나 노인정책토론회에서는 2000년대 들어 남녀 평균수명을 72.6세로 예측했다. 현재의 평균수명이 82.4세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주로 복지 차원에서 검토됐던 노후 관련 대책이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현재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자산시장의 변화 등 한 차원 더 복잡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전망이 제기되면서 1988년에도 노후대비의 기본 상품인 연금신탁·연금보험이 인기를 끌었다. 이때 연금상품은 최소 10%의 수익률이 보장되고 실적을 더해서 돌려주는 구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상품 가입률이 10%에 못 미쳤다. 참고로 국민연금도 1988년에 처음 시행됐다.
당시에도 국민 대다수가 학비, 생활비 부담 등으로 노후준비에 나설 엄두를 못 냈다. 퇴직금도 고스란히 자녀 양육을 위해 사용했다. 자녀 양육비는 현재도 노후준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
사회보장제도가 비교적 잘 갖춰진 미국에서는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개인이 스스로 노후대비를 독려했다. 한국은 최근에야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개인의 노후 준비에 대한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1988년에는 컴퓨터를 처음 도입해 장기생활 설계를 했다. 사실 노후준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고성장시대를 살아가면서 다소 간과한 것도 사실이다. 최소 10%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고 더 얹어주는 상품마저 외면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시장의 충격은 예상하지 못하고 알려지지 않은 악재로부터 시작된다. 이미 고령화·저성장시대라는 화제는 노후준비에서 위협요소가 되지 않는다. 당장 세금이 더 필요해서 사적연금에 주는 혜택을 없앤다면 은퇴자산을 준비하는 데 있어 큰 충격이 올 것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초라해진 금리에 대한 걱정은 잊고 지금 주어진 혜택이라도 최대한 누리는 것이 걱정과 충격을 동시에 더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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