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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윤초'의 정치경제학


로마 시대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당하기 직전 원로원은 7월을 의미하는 '퀸틸리스(7월9일~8월8일)'의 명칭을 '율리우스'로 바꾼다고 선포했다. 카이사르가 이룬 업적이 너무나 위대하기 때문에 그가 태어난 달의 이름을 붙이는 게 당연하다는 이유였다. 뒤를 이은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에도 원래 '섹스틸리스'라는 8월의 명칭을 황제의 이름으로 바꿔놓았다. 아우구스투스가 8월에 가장 큰 정치적 업적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7월과 8월이 영어로 '줄라이(July)'와 '어거스트(August)'로 불리게 된 연유다. 예로부터 시간과 권력이 동일시된 이유다.

시간을 둘러싼 다툼이 본격화된 것은 1800년대 후반. 1884년 25개국 대표들이 미국 워싱턴 D.C에 모여 세계 기준경도(경도 0도)를 정하기 위한 본초자오선(本秒子午線)회의를 열었다. 철도와 통신망의 급격한 발전으로 국가 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통일된 표준시간의 필요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회의 결과 25개국 중 22개국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있는 위치를 경도 0도로 하자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세계 시간의 표준이 되는 협정시인 '그리니치 평균시(GMT)'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이 결정에 끝까지 반대한 국가가 있었다. 바로 프랑스였다. 유럽 패권의 라이벌인 영국이 전 세계 시간의 중심에 서는 것을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탓이었다.

세계전파통신회의(WRC)가 최근 윤초(閏秒) 제도를 2023년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윤초란 지구의 자전운동으로 결정되는 '천문시'와 원자시계로 측정하는 '원자시' 사이에 오차 보정을 위해 위해 1초를 더하거나 빼는 제도. 이 과정에서 현상유지를 택한 영국·러시아와 폐지를 주장한 미국·프랑스 등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고 한다. 시간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세력과 바꾸려는 세력 간 충돌인 셈이다. 단 1초를 두고 이처럼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것을 보면 시간이야말로 모두가 탐을 내는 보물임을 알 수 있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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