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 엠바고, 정부의 언론 통제 수단인가

정치부 박경훈기자

지난 6일 오후 통일부 기자실에 한 당국자가 찾아왔다. 정부가 지난 9~10월 북한에 당국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3차례 제안한 사실에 대해 기자단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9월 30일부터 이어진 ‘엠바고(보도유예)’를 당분간 더 유지해달라는 것이었다. 기자단은 회의 끝에 통일부의 요청을 거부하기로 하고 이날 저녁 6시부터 기사를 보도했다.

통일부는 북한에 당국회담을 제안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 당국회담 개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 달 이상 엠바고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난 3일 통일부의 다른 당국자는 “이번 주 엠바고를 해제하려고 하는데 금요일(6일)쯤에 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상 6일이 되자 통일부의 설명은 “정해진 게 없다”로 이전과 미묘하게 달라졌다. 오전 10시경 기자단이 엠바고 해제를 논의하겠다고 통보하자, 통일부는 다시 관련 브리핑을 하겠다며 회의를 저지하더니 12시가 다돼서야 오후 4시 30분경 브리핑을 하겠다고 알려왔다.

이날 오후 기자실을 찾은 당국자에게 엠바고 관련 방침이 바뀐 이유를 묻자 그는 “분명히 입장을 정한 적은 없고 이런저런 고려를 한 결과 남북관계 상황관리 차원에서 좀 더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날 엠바고를 해제할 수 있다는 식의 언급은 왜 한 것인가. 엠바고를 더 유지해야 하는 이유도 설득력이 없었다.

총리실 역시 엠바고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보였다. 총리실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제4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 대해 본지가 10월 30일자 조간으로 보도한 당일 오전 10시 40분경 문자를 통해 해당 내용에 대한 엠바고를 공지했다. 반면 3일로 예정됐던 총리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담화문 발표 일정은 2일 오후 엠바고를 전제로 공지했다가 국회 출입기자들이 이미 보도했다는 이유로 엠바고를 해제했다. 이미 보도된 사실에 대한 엠바고는 성립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엠바고 제도는 언론이 취재원과 합의를 통해 보도 시점을 조절하는 관행이다. 국익을 위하는 차원과 언론 수용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최소한으로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통일부나 총리실의 사례를 보면 정부가 임의로 엠바고를 적용하면서 언론 통제 내지는 행정 편의주의 차원에서 악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socool@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