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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과 3년간 이어온 밀월 관계를 청산한 엔씨소프트가 대대적인 신작 게임 출시를 앞세워 게임업계 '대장주' 위상 회복에 나서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넥슨의 지분 정리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사라진 가운데 신작 게임들이 대거 쏟아져나오는 올 4·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에 엔씨소프트 주가는 최근 20만원을 돌파했지만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20만원 후반대로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0.95%(2,000원) 오른 21만2,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 50개 중 30개가 하락하며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0.16% 하락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올 3·4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전날에도 주가가 11% 넘게 오르며 두 달여 만에 20만원대를 돌파했다.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 이전 마지막 상한가를 기록했던 올 1월28일(14.81%)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엔씨소프트는 전날 실적 발표를 통해 3·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줄어든 1,957억원, 영업이익은 38%나 감소한 50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가 3·4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오히려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은 경영권 분쟁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데다 새로 출시하는 게임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기존 게임의 매출 감소와 신작 부재로 3·4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4·4분기에 출시되는 '길드워2' 확장팩 매출이 본격 반영되면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며 "넥슨과의 경영권 이슈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주가 하락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엔씨소프트가 다음달 내놓을 주주친화정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4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금흐름 등을 고려하고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오는 12월에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발표될 주주친화정책에서도 긍정적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매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유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28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4·4분기 실적을 내다보는 시장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예측한 엔씨소프트의 4·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969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작 게임의 흥행 가능성이 매우 긍정적"이라며 '강력매수'의 투자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38만원을 제시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지난달부터 투자자들의 시각이 바뀌면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는 9월 엔씨소프트 주식 762억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지난달에는 1,85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 역시 지난달 2,638억원을 순매수해 전월 236억원 순매수와 비교해 10배 넘게 사들였다. 개인투자자 역시 지난달 9월(515억원)의 3배 가까운 1,529억원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이에 힘입어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수급주체별 순매수 상위종목에서 개인(2위), 외국인(2위), 기관(3위)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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