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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치인 한국인… "취미생활 몰라요"

팍팍한 삶·피곤한 일상에


"과장님은 주말에 뭐 하세요?"

대기업 과장인 K(42)씨는 얼마 전부터 동료가 던지는 이 별 것 아닌 질문에 왠지 모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자거나 TV를 본다'는 대답을 몇 번 하다 보니 주위 분위기나 스스로가 무료한 인간이 돼간다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새로 부임한 상사가 자신의 취미는 골프라며 언제 한번 가자고 권했을 때 지금껏 골프 하나 배워놓지 않은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집에서도 비슷했다. 아내 또한 주말에 집에서 쉬며 종일 TV만 보는 남편이 못마땅한 눈치다. K씨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고 그렇게 살았는데 나라는 사람은 어느새 가족에게도, 직장 동료들에게도 '재미없는 사람'이 돼 있더라"며 "나도 남들처럼 즐겁고 색다른 일을 하며 주말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K씨가 특별히 재미없는 사람은 아니다. 일만 하다 보니, 혹은 사는 게 바빠 변변한 취미 하나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수두룩하다. 실제로 6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취미가 없는 사람'이 절반을 넘었다. 일 중심 사회가 만든 우리네 자화상이다. 취미·여가활동은 비단 자아실현 측면뿐 아니라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토양 마련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소다. 일만 하고 놀 줄 모르는 문화 속에서는 생산성 제고는 고사하고 혁신과 패러다임 변화도 이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좋아서 하는 취미는 여가선용을 넘어 소명(vocation)으로도 연결된다. 소명은 단순한 밥벌이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직업'의 또 다른 이름이다.



유력 대선 후보 안철수는 본래 의사였으나 취미로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료로 나눠주다 벤처 기업가로 변신했고 그 '나눔'의 정신은 그를 정치세계로 이끌었다. 하지만 취미를 둘러싼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직장 내에 아직도 잔재된 여가 혐오 등 유무형의 걸림돌은 취미기회나 생활을 제한하거나 옥죄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인 취미생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일과 여가를 조화시키는 방향을 모색해보는 기획 시리즈를 게재한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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