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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3년내 매각 추진… 현대重 지분팔아 자금 확보
삼성重도 시설·장비 정리
STX·성동·SPP조선 등 채권단 관리받는 중소사도
사업재편작업 본격화할 듯
"조선업의 주도권은 점차 중국으로 넘어가겠지만 최선을 다하면 30년은 먹고살 수 있을 겁니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최근 열린 직원 간담회에서 이같이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국내 조선산업의 쇠퇴는 불가피하지만 경쟁력 차이가 줄어드는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으로 세계 물동량이 증가함에 따라 선박이 귀하던 과거에는 선주들이 애걸복걸하며 조선소에 배를 주문했지만 요즘은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린 조선사들이 앞다퉈 수주전에 뛰어들어 선주 모시는 데 바쁘다. 특히 중국 조선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벌크선 등 저가선 시장에서 확고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고 엔화 약세에 힘입은 일본까지 부활하며 우리 조선업계의 일감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 등 국내 조선 '빅3'가 수조원대 해양플랜트 적자에 빠진 이유도 수주 부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반 상선의 발주가 줄자 조선사들은 전혀 해보지 않던 해양플랜트에 매달렸고 경쟁이 과열되며 선주사에 유리한 계약 조건이 형성됐다.
결국 경험부족으로 건조기간이 길어지며 불어난 비용을 조선사들이 떠안으면서 대규모 적자로 이어진 것이다.
'빅3'나 중소 조선사 가릴 것 없이 재무구조가 급속히 나빠져 과거 영광이 재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선업계는 생존을 위해 전체 산업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의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선사 간 합병이나 대주주 교체가 예상돼 앞으로 3년 내 조선업계는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조선사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에도 현대차 지분을 팔아 3,000억원을 마련하는 등 비핵심 계열사와 자산 매각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 애쓰고 있다. 든든한 모그룹이 있는 삼성중공업도 최근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유휴장비와 시설매각을 추진하며 당장 불거진 해양플랜트 손실 만회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은 올 들어 3·4분기까지 누적적자가 4조3,000억원에 달하면서 산업은행은 4조2,000억원의 지원에 나서는 한편 대우조선을 3년 내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정상화 작업을 시작한 만큼 실제 매각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시점에 관계없이 대우조선의 인수합병(M&A) 상황에 따라 조선업계 판도는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나머지 빅2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거대 조선사가 탄생하게 되며 철강이나 해운, 엔지니어링 등 다른 연관산업을 보유한 대기업에 매각되면 새로운 상승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국내 대형 조선사는 최근 실적부진으로 '내 코가 석 자'인데다 과거 대우조선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그룹들도 각각 새로운 신사업을 찾았거나 지금은 본업이 부진을 겪고 있어 현시점에서 유력한 후보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STX조선해양이나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중소 조선사는 당장 올해부터 사업 재편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SPP조선은 오는 16일 매각 공고가 나올 예정이다. SPP조선은 2010년 5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뒤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올 상반기 34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5월 이후 신규수주를 단 한 건도 못하면서 내년부터 일감 절벽에 내몰리는 점은 매각을 어렵게 하는 요소라는 분석이 나온다. STX조선해양은 이달 중 대주주 산업은행의 정기실사 결과가 발표된다. 이미 내년부터 생산능력을 25%가량 줄이기로 하는 등 자체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당분간 흑자 전환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위탁 경영이나 추가 쇄신 등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 문턱에서 벗어나 삼성중공업과 수출입은행과 경영협력협약을 맺은 뒤 이달 11개월 만에 수주가 기대되는 등 회생에 힘쓰고 있다. 이들은 모두 채권단이 주인이기 때문에 언제든 매각이 추진될 수 있다.
정부가 한계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짝짓거나 중소형사 간 통합을 추진하는 식으로 국내 조선업 축소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빅3가 다른 중소형사를 챙길 여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국내 중형 조선소들이 친환경·고효율 탱커(유조선)에 강점이 있는 만큼 이번 위기만 잘 넘기면 다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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