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월 고용지표 호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탄력을 받은 가운데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여기에 대비한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기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자금 유출 규모는 커지고 있으며 선진국 증시로 돈이 다시 몰리고 있다.
9일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10월29~11월4일) 글로벌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선진국으로는 31억4,000만달러가 유입됐지만 신흥국에서는 11억8,000만달러가 유출됐다. 신흥국의 경우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커지며 전 지역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AEJ(일본 제외 아시아)펀드에서 8억9,000만달러가 나가면서 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국내 시장에서도 위험자산에서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8,503억원이 빠진 반면 국내채권형펀드에는 645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달 들어서도 채권형펀드에는 벌써 783억원이 유입됐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주간 단위로는 6월 이후 가장 큰 유출 규모를 기록한 반면 채권형펀드에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며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채권형펀드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질수록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당분간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달러강세 관련주 위주로 보수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확정금리를 주는 국공채 상품을 제외하고 모든 주식투자에 대한 비중을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통 주식형펀드보다는 공모주나 배당주펀드가 비교우위에 있긴 하지만 이 역시 금리인상에 영향 받는 상품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20조2,371억원으로 지난달 29일 22조828억원 대비 2조원 가까이 줄어들기도 했다.
금융상품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달러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달러에 대한 직접투자보다는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달러주가연계증권(ELS) 등에 간접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류정아 NH투자증권 강남프리미어블루 PB팀장은 "달러 예금의 경우 환 변동성이 너무 크다"며 "미국 주식 중에서 종목별로 실적 좋은 기업을 골라 달러로 담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해외주식형펀드 중 북미주식형펀드에는 올 들어 1,087억원이 들어와 유럽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순유입 규모를 보이고 있다.
뱅크론과 하이일드채권 등도 금리인상기 유망상품으로 꼽힌다. 변동금리형 선순위 담보대출인 뱅크론은 일반적으로 3개월 리보에 가산금리를 더한 만큼의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로 금리가 오르면 추가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뱅크론펀드에는 3월부터 매월 자금이 순유입되면서 올 들어 총 1,697억원이 들어왔다. 하이일드채권도 금리인상기 투자대안이다. 거숀 디슨펠드 AB자산운용 하이일드채권 담당 이사는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은 금리인상기에 하락해 손실을 내지만 하이일드채권의 경우 채권발행 기업들의 신용상태를 강화시켜 견조한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5%(15.37포인트) 내린 2,025.70으로 마감했으며 코스닥지수는 3.22%(22.37포인트) 내린 671.84에 장을 마쳤다. 일반적으로 미국 금리인상은 위험자산에 유입됐던 자본이 안전자산을 찾아 신흥시장을 빠져나가는 계기로 작용하는 만큼 국내 증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스닥의 3%대 급락은 유동성 수혜를 더 크게 본 중소형주에 대한 경계심리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