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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53세면 끝… 정년, 그림의 떡" 사용자 "인건비폭탄 견딜지 걱정"

■ 코앞 닥친 '정년60세 시대'… 기업 현장은 지금









공기업·금융사·대기업 생산직만 정년연장 수혜

기업 90% "임금피크제 56~58세부터 적용할 것"

'매년 10%P 감액' 67%… 장년인력 활용도 고민


"우리 회사 정년이요? 55세였던가, 58세였던가… 그때까지 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60세 정년은 '그림의 떡'이죠." (30대 대기업 사무직 과장)

"연공급제로 생산성에 상관없이 임금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정년이 갑자기 60세로 늘어났으니…. 가뜩이나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데 고임금 고령인력을 소화하기가 정말 부담입니다." (수출 제조업체 사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60세 정년법'이 갈무리된 지 오래됐지만 기업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뒤숭숭하다. 도리어 '사오정' '오륙도'가 대세인 상황에서 직장인들의 체감정년은 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노조가 강하고 연공급제가 확립된 대기업 생산직, 공기업, 금융업종 등에서는 기존에도 정년퇴직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법 시행에 대한 부담감이 여전히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좋은 일자리'의 공급처인 이런 회사들이 당분간 신규 채용을 소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적어도 3~5년 동안에는 청년 구직자들의 곡소리가 커질 것임을 보여준다.

◇정년연장 수혜는 공기업, 대기업 생산직 국한=그동안 각 기업들은 노사합의를 통해 55~58세에서 자율적으로 정년을 정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일률적으로 정년을 60세로 보장한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아직 60세 정년에 따른 파급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번에 서울경제신문이 제조, 유통, 건설, 정보기술(IT) 업종 주요 기업 8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내년에 실시되는 정년연장이 경영에 미치는 효과를 묻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대답한 곳이 75.3%에 이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무직은 최고참 부장이 50대 초반이므로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앞으로 몇 년은 없을 것"이라며 "그나마도 50대 중반 이전에 회사를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무직은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고용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정규직의 평균 정년은 53세에 불과하다.



대신 생산직·공기업·금융회사 등이 집중적인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년연장법의 수혜를 보는 인원이 추산 방법에 따라 5년간 20만명에서 최대 90만명까지 다양하다"며 "사무직보다는 생산직에서 효과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금피크제가 시행돼도 기업 입장에서 비용절감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시기가 늦고 감액률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임금피크제를 시행(예정)하는 기업들의 경우 56세, 58세부터 시행하는 곳이 가장 많았는데 56세부터 급여를 감액하는 곳은 42.1%였으며 57세 15.8%, 58세 28.9%, 59세 10.5%로 조사됐다.

임금 감액률은 10%포인트씩 하는 곳이 응답 기업의 67.3%로 가장 많았다. 임금피크제 시행 연도부터 60세 정년 퇴임까지 매년 10%포인트씩 깎는다는 얘기다. 이밖에 20%포인트씩 감액하는 곳이 22.4%, 30%포인트 이상 줄인다고 응답한 곳은 10.3%였다.

◇준비 안 된 임금피크제… 천덕꾸러기 인력 전락 우려=A은행은 수년 전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해왔다. 만 55세가 되면 명예퇴직과 임금피크제 중 선택할 수가 있다. 임금피크제를 택하게 되면 첫해에는 기존 임금에서 30%를 깎고 60세 퇴직 시기가 되면 70%까지 임금을 줄인다. 대신 심사역, 사후 여신관리 등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부수적인 업무를 맡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월급이 적고 조만간 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업무 충성도가 일반 직원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아침에 출근해 신문 보는 일이 가장 큰일"이라며 "지점장이나 부서장보다 나이가 많아 근로감독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공기업들의 경우 정부의 독촉으로 대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장년 인력 활용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곳이 많다. 한 공기업의 경우 58세가 되면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S직군'으로 분류, 보직에서 물러나게 하기로 했으나 어떤 업무를 부여할지는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보직을 유지시키면 인사 적체가 심해지기 때문에 다른 업무를 줘야 하는데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했다"며 "월급을 적게 준다고 놀게 할 수도 없어 인사부에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임금을 감액하더라도 초임에 비해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 지출이 작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만 퇴직을 앞둔 장년 인력의 경우 생산성과 업무 충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위한 새로운 직무개발에 성공한 회사도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 별도 공장을 운영하도록 하고 숙련 기술공의 경우 60세 정년 이후에도 고용을 유지하기도 한다. LG화학은 독일식 직업교육제도를 벤치마크해 신입사원 교육 인력으로 장년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은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한 적절한 업무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금융 등 사무직의 경우 보직에서 물러난 장년 인력을 활용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며 "향후 60세 정년과 임금피크제도 안착의 키는 장년 인력 활용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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