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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품은 한국

이보미·김경태 남녀 투어 상금왕 석권… JLPGA 한국인 역대 최다 17승 합작


"일본세의 역사적 참패 시즌이 막을 내렸다."

지난달 29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015시즌이 신지애(27)의 최종전 리코컵 우승으로 끝난 뒤 일본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는 30일 이렇게 썼다. 남녀 투어 상금왕 타이틀을 모두 한국 선수에게 내준 일본 골프계가 찬물을 끼얹어놓은 분위기다.

신문은 "올해 일본 선수는 JLPGA 투어가 4대 메이저대회를 운영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전부 외국인에게 내줬고 지난해부터 6개 메이저 연속 무승으로 기록을 경신했다"며 "상금랭킹 상위 5명을 외국세가 모두 차지한 것은 투어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일본 석간 닛칸겐다이는 "여자골프가 겨울 시대에 돌입할 위기"라고 표현했다.

올 시즌 JLPGA 투어에서 일본 선수는 37개 대회에서 15승을 챙겨 승률 40.5%에 그쳤다. 반타작에 못 미친 것은 2012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지난해에는 그나마 나리타 미스즈가 혼자 상금랭킹 5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올해는 한 명도 들지 못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외국세'는 사실상 한국 선수를 가리킨다. 한국 선수들은 17승을 합작해 역대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작성했다. 상금랭킹에서도 2위 테레사 루(대만)를 제외하면 2억엔 상금여왕 이보미(27)를 비롯해 3~5위에 신지애·안선주·이지희가 포진하는 등 한국 선수들 판이었다. 일본 남녀 투어를 통틀어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갈아치운 이보미는 상금왕과 평균타수 1위, 올해의 선수상까지 휩쓸었다. 여기에다 한국 선수들은 4대 메이저 우승컵 중 3개를 챙겼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으로 초청을 받아 출전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그 중 살롱파스컵 월드레이디스와 일본여자오픈에서 2승을 거뒀고 신지애가 리코컵을 제패했다. 나머지 JLPGA 선수권 우승은 테레사 루가 가져갔다.



'안방'을 빼앗기다시피 한 충격 속에 일본 골프계는 자기반성에 들어간 분위기다.

일본 선수로는 상금 6위로 순위가 가장 높은 와타나베 아야카는 "개인적으로 일본인 사상 열 번째로 시즌상금 1억엔을 넘었지만 이보미는 나의 배 이상이나 된다"고 인정하고 한국 선수들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내 생각에는 세컨드 샷 이후의 정밀도"라며 쇼트게임과 퍼트 기량을 꼽았다. 6년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경험이 있는 2007년 상금왕 출신 우에다 모모코는 "해외에 나오면 즐길 게 없고 언어와 환경도 달라 무엇을 하더라도 용기와 각오를 갖게 된다"는 말로 강한 멘털 측면을 강조했다.

남자 골프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는 지난달 29일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5년 만에 생애 두 번째 상금왕에 올랐다. 김경태는 카시오 월드오픈에서 공동 31위에 그쳤지만 남은 시즌 최종전 JT컵과 상관없이 상금 1위를 확정했다. 바로 이날 한국의 황중곤(23·혼마)은 미국 무대에서 뛰는 일본의 간판급 선수인 이시카와 료를 상대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황중곤은 최종라운드에서만 6타를 줄였고 특히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3m 이글 퍼트를 성공해 드라마를 연출했다. 불똥은 역전패한 이시카와에게 튀었다. 선두를 달리던 이시카와는 12번홀에서 티샷 OB(아웃오브바운즈)를 내 더블보기를 했고 14번홀에서는 1m도 안 되는 퍼트를 놓쳐 1타를 잃었다. 낙승을 예상했던 일본 매체들은 "일본 투어를 쉽게 보고 있다"거나 "프로로서 미숙했다"는 등의 쓴소리를 쏟아냈다. JGTO의 한국 선수 맏형 장익제(43)는 "예전에는 한국 선수들을 안 좋게 보던 시각도 있었지만 많이 사라졌다. 이제는 골프전문 월간지나 방송에서 한국 선수에게 장타나 쇼트게임 기술 레슨을 섭외하는 일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부러움 섞인 목소리도 있다. 일본골프전문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이번 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여자골프 4개국 투어 대항전을 앞두고 투어 대항전인 만큼 이보미나 안선주가 일본 투어 대표로 나서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제안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내년 리우 올림픽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닛칸스포츠는 "내년에는 올림픽이 열린다. 일본 선수들에게는 이번 겨울 오프시즌이 해외 선수들과의 격차를 메우는 나날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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