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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SKT 헬로비전 인수, 방통융합 위한 결합인가

콘텐츠 제작역량 없는 양사 합병… 거대 플랫폼 세확장에 불과

독점 심화로 시장경쟁 위축… 미디어산업 동력 약화 불보듯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소식은 새해 벽두에도 KT·LG유플러스 등 다른 이동통신사와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잡음이 끊이지 않을 듯싶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와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해 △통신·미디어의 융합을 통한 국내 미디어 산업의 신성장동력 강화 △융복합 미디어 플랫폼 기반의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 △미디어 생태계와의 공생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모색할 방침이라고 한다. 매력적인 수사다. 필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SK텔레콤이 추구하는 목표가 실현돼 우리나라의 창조경제 규모가 커졌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CJ헬로비전은 지역보도 콘텐츠 제작 외에는 방송콘텐츠 제작 역량이 없는 회사다. 유선방송 플랫폼만 제공한다. 국내 미디어 산업의 신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는 SK텔레콤의 포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래 사회는 콘텐츠 전쟁을 예고한다. 창작자와 소비자와의 간극을 좁혀 소비자가 적정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담보한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플랫폼만 제공할 뿐 콘텐츠 자체를 제작하는 역량을 갖추지는 못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이라는 또 하나의 플랫폼을 추가하면서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줄인다면 저작권료를 인하하기 위해 보다 강화된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콘텐츠 창작자를 압박할 것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이 지난해 CJ의 1,5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CJ E&M과 콘텐츠 영역 투자를 위해 500억원 펀드를 공동투자하기로 한 것은 차별화된 콘텐츠 수급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CJ E&M과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50%씩 공동투자하는 등 CJ헬로비전 인수 전부터 CJ E&M과 협력관계를 맺어 왔다. SK텔레콤은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고 CJ는 콘텐츠 독점을 가져오는 등 두 기업은 공동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플랫폼과 콘텐츠의 결합,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을 통해 미디어기술 혁신과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가져온다면 기꺼이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지역유선방송사 CJ헬로비전 M&A는 이런 청사진을 실현하는 것과는 그다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CJ헬로비전의 M&A가 새로운 플랫폼을 추가하는 것 외에 미디어기술의 혁신, 한류콘텐츠의 해외진출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SK텔레콤이 유선방송 가입자를 인터넷TV(IPTV)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경우에는 유선방송 시장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다. 이는 유선방송수신료 수익 감소와 방송콘텐츠 개발 산업시장 축소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SK와 CJ, 두 재벌그룹 중심으로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재편되면 시장 독점력이 강화돼 중소 콘텐츠개발 사업자들이 경쟁에서 점점 더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콘텐츠 산업에서 중소 사업자의 생태계 참여가 저해되면 관련 산업 발전에 필요한 창의성·역동성·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된다.

미디어기술의 혁신과 차별화된 콘텐츠 창출을 통해 자유로운 경쟁이 추구될 때 미디어·콘텐츠 융합산업이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 두 재벌 그룹의 미디어플랫폼·콘텐츠 부문의 독점력 강화는 시장 실패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올 상반기에는 "응답하라, SKT"라는 말이 유행할 듯싶다.

이규호 차세대콘텐츠재산학회장·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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