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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중국 다롄에서 시작해 러시아까지 물건을 운반하는 수출 루트를 개척한다. 새로운 '북방 실크로드'를 이용하면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제품을 운반하는 데 종전보다 15일가량 단축된다. ★본지 2015년 11월5일자 1·5면 단독기사 참조
인천광역시는 27일 중국 다롄시, 러시아 칼루가주 등과 함께 '한·중·러 국제물류 루트 구축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중국 다롄에서 출발해 만주횡단철도(TMR)와 러시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하는 게 뼈대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인천→중국 다롄→하얼빈→러시아'로 가는 수출길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다롄까지는 배를 이용하고 다롄에서 하얼빈은 TMR, 이후 러시아까지 TSR를 활용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에는 삼성전자와 중국철도유한공사·선영철도국·러시아철도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중국 다롄에서 시작하는 길을 새로 찾으면서 삼성전자는 상품생산 시작부터 완성·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바닷길을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제품을 보내는 것이나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운반하는 것보다도 시간이 단축된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그만큼 물류비도 아낄 수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생산된 가전제품을 부산항에서 선적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운반하는 방법을 주로 써왔다. 이 경우 35일, 배로 유럽으로 가면 48일이 걸렸다. 앞으로 다롄에서 철도로 수송하면 기존보다 15일 정도 운송기간을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께 인천항~다롄항을 통해 세탁기와 TV·액정표시장치(LCD) 화물 등 100TEU(1TEU는 20피트 분량 컨테이너 한 대분)를 시범 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공장에서 TV와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 수출길 개척은 러시아 시장 공략에 고삐를 쥐고 동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국가에서의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다. 부품이나 제품 공급시기를 당겨 제때 물건을 만들거나 팔 수 있고 비용을 절약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다른 기업도 이 길을 이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방안은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라시아 지역을 경제공동체로 묶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 중국의 '일대일로(중앙아시아·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육상로와 동남아·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해상로)' 전략과도 맞물린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 간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인천시의 관계자는 "한·중·러 국제물류 운송루트 구축은 새로운 물류루트 개척의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실현"이라며 "이를 통해 인천항과 중국 다롄항의 물동량 증가로 양국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인천=장현일,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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