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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국회선진화법' 공개변론] "법안처리 막는 족쇄" VS "소수의견 반영 도움"

권성동 새누리 의원-더민주 의원측 변호사 공방전

국회


"19대 국회는 식물국회입니다. 소수당의 반대로 법안 통과를 못한다면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고 소수의 의견을 깊게 논의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민주당 의원 측 변호사)

28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서는 선진화법 도입 이후 국회 의사 처리 지연에 대한 질타에서부터 법리적인 허점 제기 및 이에 대한 반박 등이 이어졌다.

청구인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해야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2~3명의 교섭단체 대표 사이에 합의가 안 되면 나머지 200명 이상의 의원이 동의해도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라며 "양도할 수 없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헌법상 권리인 심의표결권을 사실상 교섭단체 대표가 가지고 간 것"이라며 조항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5분의3 이상이 동의해야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16명이 있는 환경위원회의 경우 8명이 반대하면 나머지 292명이 찬성해도 본회의 갈 수 없다는 뜻"이라며 "의회 민주주의의 원리를 벗어난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보조참가인인 이종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을 대리한 윤제선 정율 변호사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이를 막으면서 소수당이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보장해주는 것은 (법이 아닌) 가치 판단의 문제"라고 맞섰다.



이번 권한쟁의심판은 국회의장이 지난 2014년 12월 국회의원 146명이 제기한 법률안 11건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요청을 거부하면서 이뤄졌다. 국회법 제85조 1항이 규정한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발생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합의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에 새누리당 국회의원 18명은 국회법이 5분의3 이상의 특별 정족수를 요구하는 등 헌법상 다수결 원리에 반하고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국회운영 현실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19대 국회가 식물국회라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권 의원은 "당에서 법안을 낼 때 '정부 역점 법안'이라고 이름 붙이지 말라는 요구도 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게 곧 '역점 저지 법안'이 되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는 이유는 법률을 통해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인데 소수가 반대하면 법안 자체가 통과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이와 관련, "세간에서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더니 식물국회가 됐다'는 말들을 하는데 동물·식물들이 들었으면 불쾌했을 것 같다"며 "동물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싸우지 않고 식물은 한자리에 있지만 성장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회의 모습을 꼬집기도 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의 입법에 실제로 가장 부담을 주는 부분은 무제한 토론이라기보다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힘들어진 점"이라며 "대치상황 돌파를 위한 손쉬운 방법이던 직권상정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것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게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집권여당 불만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선진화법을 탓하기에 앞서 정치인들의 의식과 리더십 등이 어떤지 봐야 한다"며 법적 심판보다 국회 문화의 개선을 촉구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법은 다수결 원리의 기본적 요청에 반하고 민주주의의 본질에도 반해 위헌"이라며 "사업의 긴급성과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해결하지 못하는 예가 많으므로 헌재가 이를 해결할 권한과 책무를 지닌다"며 헌재의 결정을 촉구했다. /김흥록기자 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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