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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합병 요건 완화, 과세 연기…공급과잉 기업 구조조정 탄력

4일 국회 통과 원샷법 내용 보니…

지주사 규제 완화, 대기업 지주사 전환 활발해 질 듯

간이합병·주총 절차 간소화도

악용 방지 위한 안전장치 마련.삼성전자와 SDS 합병 쉽지 않아

부실 징후가 높은 기업들의 선제적 사업 재편을 핵심으로 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급 과잉에 내몰린 기업들의 구조조정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원샷법은 소규모 합병의 경우 합병으로 발행하는 신주의 총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하인 경우 존속회사의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의 승인만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상법은 발행 주식 총수의 10% 이하일 때만 소규모 합병을 허용했다.

또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증손회사 지분율을 100%에서 50%로 낮추고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을 3년으로 연장해 지배구조 규제를 완화했다.

이와 함께 원샷법에는 합병 후 신설되는 법인의 등록면허세 감면, 합병에 따른 주식양도차익 과세 연기 등의 세제 혜택도 담겼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여당 간사인 이진복 의원은 “정부가 일주일 안에 법안을 최종 공표하면 그로부터 6개월 후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원샷법 통과로 사업재편의 신속한 추진을 위한 간이합병 및 간이분할합병 절차도 간소화된다. 원샷법 승인 기업은 합병회사가 피합병회사의 주식을 80% 이상 보유할 경우, 피합병회사 주주총회는 이사회 결의로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상법은 합병회사의 피합병회사 주식 보유 기준을 90%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주주총회 소집 기간, 합병 관련 서류 공시 기간의 절차 역시 현행 2주에서 7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총 120일 정도 소요되는 상장사 합병 기간이 30~50일 정도 단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최종 통과된 법안에는 야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강화 등은 승인 거부 △경영권 승계 악용 사후 승인 취소 및 과징금 부과 등 대기업 악용 방지를 위한 ‘안전 장치’도 마련됐다.

재계 관계자는 “원샷법 통과로 인수합병, 사업분할 등의 절차가 간소화돼 기업들의 신속한 사업재편이 가능해졌다”며 “조선·철강·해운 외에 장기적으로는 전자·디스플레이 업계도 한계 상황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어 원샷법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원샷법 통과로 기존 지주회사들은 물론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주회사들은 신성장동력 창출, 부실사업 매각, 자회사 인수합병 등에 더 여력을 갖게 되고 지주회사가 아닌 기업들은 자회사들의 손자회사 공동출자 허용, 증손회사 지분율 완화, 부채비율제한 완화 등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보다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LG그룹 외에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재계 ‘빅3’ 기업이 원샷법을 계기로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원샷법 처리가 늦어진 것도 야당이 원삿법 통과가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에 대한 특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샷법이 통과되면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이 수월해져 결국 삼성의 경영 계승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무부처 등에서 사업재편계획 타당성 등을 심의하기 때문에 이는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다른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원샷법을 이용해 합병을 하려면 삼성SDS 주가가 삼성전자의 10분의 1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데 최근 두 회사의 주식을 보면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 외에 현대차 등 다른 대기업들도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원샷법을 이용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행령도 안만들어진 상황에서 향후 계획을 언급하긴 어렵다”면서 “각 회사 판단에 따라 지주회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이혜진·나윤석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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