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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리더여, 융통성을 발휘하라

<18> 여우 스타일? 곰 스타일?

평소에 원칙 철저히 지키되 결정적 순간엔 융통성 발휘

결과 내다보며 실리 챙겨야


이 세상에는 딱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곰이다. 곰은 원칙과 소신을 끝까지 지킨다. 그리고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힘을 평소에 키우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멋있는 사람이다. 또 하나는 뭘까. 바로 여우다. 여우는 융통성을 발휘해 실리를 챙긴다. 그러기 위해 틈새를 노리는 관찰력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자, 그러면 리더는 곰일까 여우일까.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하지 않았는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고 손자병법에서 말했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곰인지 여우인지 알고 게임에 임해야 한다. 우선 물어보는 거다. "너 곰이지" 하고 물어보면 곰은 당당하게 "나는 곰"이라고 답한다. 자신이 곰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곰은 없다. 문제는 여우다. "너 여우지"라고 물어보면 "아니"라는 답이 돌아온다. 여우치고 자기가 여우라는 것을 떳떳하게 밝히는 여우가 몇이나 될까. 여우가 딱 잡아떼는 것 때문에 물어보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러면 다른 방법 하나를 추천한다. 불편하게 만들어 보는 것이다. 곰을 툭툭 건드려보면 한두 번 참다가 결국은 으르렁하고 발톱을 세운다. 문제는 여우다. 여우는 계속 건드려봐도 전혀 화를 내지 않는다. 대신 속으로 삐진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는가. 그 자는 여우일 확률이 대단히 크다. 우리는 대개 첫인상을 보고 0.6초 만에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세상 살기에 대단히 위험한 방식이다. 곰은 덩치가 크고 목소리가 저음이고 몸에 털이 북실북실 많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가. 또 여우는 호리 낭창한 몸매에 목소리도 가늘고 털도 곱게 생긴 사람으로 생각하는가. 다 편견이다. 외모와 실체와는 일치하기도 하지만 따로 가기도 한다.

자 그러면 리더는 곰이어야 하는가, 여우여야 하는가. 힌트를 하나 주겠다. 곰 같은 곰을 우리는 별칭으로 '곰탱이'라고 한다. 여우 같은 여우는 '여시'라고 한다. 이 둘은 예선 탈락이다. 곰탱이는 원칙을 지킨다는 사실 자체를 즐긴다. 왜 그 원칙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저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는 사람이다. 여시는 문제가 터지기만 하면 "융통성 융통성" 하면서 다닌다. 도대체 원칙이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도 없다. 한마디로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제 결승전에는 '곰 같은 여우'와 '여우 같은 곰'이 남게 된다. 누가 리더로서 더 적합한가.

리더는 융통성을 발휘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 조직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다. 평소에 원칙을 확실하게 지키는 것이다. 원칙이 무너지면 융통성도 동시에 실종된다. 원칙이 칼같이 서 있을 때만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예외 없는 원칙이 없다'는 말을 기억하는가. 정확하게 말하면 '원칙 없는 예외는 없다'. 원칙이 있기 때문에 예외가 있는 것이다. 곰 같은 여우든 여우 같은 곰이든 그것은 그저 스타일 차이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결정적 순간에 이 원칙에 예외적인 융통성을 발휘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지금이 융통성을 발휘할 순간인가, 아닌가?' 이 생각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영업장에서 고객이 불만이 있을 때 흔히 보는 풍경이 하나 있다. "책임자 어디 있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융통성을 발휘할 능력도 권한도 현장 직원에게 주어져 있지 않아서다.



융통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원칙을 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원칙을 제일 잘 아는 사람만이 그 원칙을 깰 수 있다. 원칙을 깨면서 융통성을 발휘할 때 그 후속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지 아는 사람만이 그 원칙을 깰 수 있다. 리더는 융통성을 발휘해서 실리를 챙길 줄 알아야 한다.

"사자의 용맹과 힘을 길러라.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할 때는 여우의 꾀를 가져라."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하는 말이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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