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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vs 프라이버시, 아이폰 사태 논쟁 격화

-애플 “잠금해제는 시민 자유 위협..판도라 상자 여는 것”..저커버그도 애플 지지 가세

-FBI “안보 위한 정당한 법 집행”

-여론조사선 FBI지지가 더 많아

테러범 수사를 위한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를 둘러싼 애플과 미 연방수사국(FBI) 간 갈등이 ‘국가안보’와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진영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진영은 국가안보를 위해 프라이버시를 희생해서는 안된다며 애플 측의 손을 들어주는 반면 보수진영은 ‘테러 대응’의 중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정보기술(IT) 업계의 오랜 논쟁거리인 프라이버시 보호 범위에 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돼 관심이 쏠린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를 명령한 법원의 판단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하나의 스마트폰이나 사건 수사를 넘어서는 문제”라며 “(법원의 명령에 따를 경우)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애플 측 변호사인 테드 올슨도 전날 ABC방송에 출연해 “이번 사건은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중요한 논의”라며 “아이폰 잠금 해제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은 또 이날 홈페이지에 고객을 대상으로 한 ‘질의응답’ 코너를 신설해 이번 사태에 대한 자사의 입장을 설명했다.

쿡 CEO의 e메일은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전날 법률전문 웹사이트 ‘로페어’ 기고문에서 애플을 비판한 데 대한 반박문의 성격이 짙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코미 국장은 기고문에서 “수색영장을 받아 휴대폰을 손상시키지 않고 사용자 암호를 추측할 기회를 얻으려는 것”이라며 “암호 해제를 위한 마스터키를 풀어놓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단서를 따라가지 못하면 생존자들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미국인들의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미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애플 지지에 가세했다. 그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강연에서 “쿡에게 공감한다”며 “보안조치를 우회하는 ‘백도어’를 요구하는 것은 보안 향상을 위해 옳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내 여론은 아이폰 잠금 해제 찬성이 다소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Pew리서치센터가 지난 18~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답변이 51%로 절반을 조금 넘었다. 지난해 12월2일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 총기테러 사건의 용의자 사이드 파루크가 사용하던 ‘아이폰5c’의 보안기능 해제 문제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치열한 법리논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A타임스는 “법무부는 애플이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 명령을 강제 이행하도록 연방법원에 정식 재판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카카오톡 감청’ 논란과도 유사하다. 검찰의 카카오톡 메신저 감청 요구에 다음카카오 측이 반발해 ‘검찰 수사권’을 우선시하는 보수진영과 ‘프라이버시권’을 중시하는 진보진영 간 대결로까지 이어졌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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