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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 아닌 토론하고 표결하고… 쌍방향 소통으로 바뀐 주총

삼성전자, 반대의견 수용 이사 선임 놓고 이례적 표결

현대차, 배당 33% 늘려… 투명경영위원회 입김 반영

글로벌 저성장 우려에 주주 달래기 움직임도 빨라져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2
권오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1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47년간 이어온 삼성만의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송은석기자

"LG전자와 소니의 법무 업무를 맡고 있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재선임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표결을 요구합니다." 11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여부를 두고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표결이 이뤄졌다.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의견을 이사회가 수용해 표결에 부친 결과다. 이에 따라 송광수 사외이사를 비롯해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 등이 각각 교수 겸직 부당 및 경영 성과 부실 등의 이유로 주주들의 전자 표결을 거치며 진땀을 흘렸다. 통상 대기업 주총에서 이사 선임안이 별다른 반대 없이 일사천리로 가결되는 것과 비교하면 전례를 찾기 힘든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달라진 주총 풍경에 대해 이날 재계에서는 "주주권익 확대를 위한 삼성전자의 진정성이 반영된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상 '일방통행' 수준에 그쳤던 기존의 주총 관행에서 벗어나 주주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쌍방향' 주총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해 경영의 문호를 한층 넓혔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통상 주총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더라도 친기업 성향의 주주가 더 큰 목소리를 내면 적당히 묵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표결까지 진행해 놀랐다"며 "주주와 소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행보이며 향후 다른 기업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 것"이라며 "다만 기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내부인인 만큼 사외이사가 기업의 고민을 세밀하게 반영할 수 있을지는 여전한 한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이날 주총에서 발표한 '기업지배구조헌장' 역시 주주와의 소통 강화라는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는 헌장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명확히 하는 한편 투명한 책임경영을 강화해 주주들의 권익증진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이사회 내 주주권익 보호기구인 '투명경영위원회'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투명경영위원회는 배당을 비롯한 주요 경영사항을 심의하게 된다. 또 현대차는 위원회 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비용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4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 위원회가 출범할 때만 해도 또 하나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위원회에 견제 능력을 부여해 경영의 '감시자'로 위상을 강화한 것이다. 현대차가 이날 전년 대비 33% 증가한 주당 4,000원의 배당을 결정한 과정에도 투명경영위원회의 입김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전기는 이날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 공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를 선임했다. 삼성 계열사 이사회 의장직에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기업들이 이처럼 주주권익 확대에 힘쓰는 배경에는 글로벌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 시장인 중국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왔던 '바오바(保八·연 8% 성장)' 사수에 실패한 뒤 체력이 급격히 약화하고 있는데다 환율·유가 등 거시경제 환경도 불안해 양적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지키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과 포스코는 모두 2015년 전년 대비 매출이 떨어졌고 현대차는 큰 폭의 영업이익 하락을 겪어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주주권익 확대가 장차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문제로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공격을 감행한 것처럼 향후 승계 과정에서 분란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미리 글로벌 기준에 맞춰 논란을 피하겠다는 얘기다.

/이혜진·서일범·김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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