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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한 구원투수 조용병 신한은행장...승부는 지금부터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신입직원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걷고 있다.




지난해 초 신한은행을 둘러싼 환경은 어둡기만 했다. 서진원 전 행장이 갑작스레 병을 얻어 지배구조에 비상등이 켜졌고, 주채권은행을 맡았던 경남기업 사태로 인해 은행 전체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18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신한의 주류였던 일본통이 아닌 뉴욕지점장 출신이며, 신한 사태에서 자유로웠던 조 행장의 깜짝 발탁 이후 신한은행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조 행장은 취임 이후 이전 행장들과는 다른 ‘작은형 리더십’으로 다소 엄중했던 신한 내부의 분위기를 많이 바꿨다. 본인의 권위를 세우지 않고 직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조 행장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40대 지점장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조직 전체를 젊고 역동적으로 개선했다.

취임 초 밝혔던 ‘글로벌’과 ‘자산운용’이라는 양날개를 통해 신한은행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킨다는 구상도 차근 차근 이행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자산운용사 사장 출신답게 취임 이후 신한은행이 판매하는 펀드 포트폴리오를 바꿔 경쟁 금융지주의 상품을 과감히 담는 등 실리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금융권에서도 조 행장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후한 편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대표는 “지난 1년간 신한은행의 성과를 살펴보면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두루 잘하고 있다는 점에서 딱히 흠잡을 게 없다”며 “신한은행은 조직문화가 잘 다져져 있고 타행 대비 핵심인재가 많기 때문에 조 행장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용이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1년만으로 조 행장의 성과를 평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여전히 신한이 잘하고 있다는 평은 업계에서 일치한다”며 “올해부터는 조 행장의 색깔이 제대로 드러날 것 같다”고 밝혔다.



각종 수치에서 보이는 성적표는 우수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조4,897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6년 연속 은행권 당기순익 1위를 차지했다. 지난 몇 년간 누적된 경기불황으로 금융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힘들어 할 때도 부실채권비율(NPL) 0%대를 기록하는 등 ‘관리의 신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아울러 지난해 신한은행의 당기순익에서 글로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사상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섰다. 조 행장은 글로벌 순익을 오는 2020년까지 15%로 늘릴 방침이다. 조 행장이 지난 2007년부터 2년간 뉴욕지점장으로 일하며 글로벌 감각을 쌓은 것이 신한은행의 성공적 글로벌 시장 진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 내부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등이 당장 조 행장의 단기 실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 행장이 신한은행의 먼 미래를 보고 차근 차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전 금융권의 관심사인 핀테크 부문에서도 지난 연말 모바일 전문은행인 써니뱅크, 디지털 키오스크를 출시하는 등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는 평이다.

다만 승부는 지금부터라는 것이 신한은행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다. 계좌이동제 실시를 비롯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전면전이 벌어진 가운데 은행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또 4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조 행장은 리딩뱅크 수장으로서 효율적인 구조조정과 은행 리스크 관리라는 어려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조 행장의 올해 성적표는 차기 신한금융 차기 후계 구도에 주요한 변수라는 점에서 무게감도 다르다. 올 연말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경선이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조 행장은 유력 회장 후보군 중 하나기 때문이다. /윤홍우·양철민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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