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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셰프' 3인방 "반도체는 요리와 같죠"

20나노 D램 개발 주역 인터뷰

분업·전문화로 한 상 차리듯

반도체 공정서도 협업 중요

레시피 작은 차이에 품질 달라져

2516A13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 담당하는‘셰프’들수정1




“반도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요리와 같습니다. 어떤 온도로 구울지, 어떻게 자를지 세분화된 ‘레시피’를 따라야 하고 작은 차이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반도체의 품질도 달라집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20나노 초반대 D램 양산을 시작한 가운데 신제품 개발의 주역들이 2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났다.

이들은 반도체 개발 과정이 ‘요리’와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신제품 개발에서는 요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미세공정의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가 있는 등 반도체 제품개발 과정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이들은 전한다.

요리에서만 쓰는 용어라고 생각되는 레시피는 이미 오래전부터 반도체 공정 과정을 의미하는 말로 쓰여왔다. 이번 개발에 참여한 최봉호 상무는 “입사 후 26년 근무하는 동안 레시피라는 단어를 썼다”며 “레시피라는 단어가 요리에서 쓰는 말이라는 것을 안 것이 오히려 나중”이라고 전했다.

같은 제품처럼 보여도 회사마다 다른 방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각 회사만의 비법이 제조 공정인 레시피에 담겨 있다. 반도체 장비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장비를 어떻게 가동시킬지 결정하는 레시피다. 다만 요리와의 차이점이라면 요리에서는 레시피가 하나지만 반도체에는 대략 500~600개의 레시피가 있어야 반도체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1개의 레시피당 세부 단계가 3~10개 있다.



특히 이번 신제품 개발에서는 뚝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다. 반도체 제조 과정 중 미세한 틈새에 공기층을 형성하는 에어갭 공정이 있는데 이번 20나노 초반대 D램에서는 선 폭이 좁아진 만큼 에어갭 공정을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한 엔지니어가 요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요리에서는 과정만큼 위생도 중요한데 뚝배기의 경우 수많은 미세한 틈이 있어 세제로 씻으면 다 제거되지 않고 물을 한 번 넣어 가열해줘야만 한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에어갭 공정에서 공기가 들어갈 공간의 외벽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씻어낼 수 있는 새로운 레시피가 탄생한 것이다.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돌아가는데 이는 마치 레스토랑에서 가장 분주한 점심시간이 계속 이어지는 상태와도 같다고 개발진은 말한다. 제품이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 제품, 다다음 제품을 준비하는 과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요리를 완성하는 데 많은 셰프가 필요한 것처럼 반도체 공정에서도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재료를 깎는 사람(etch 공정), 재료를 덮는 사람(thin film 공정), 씻어내는 사람(cleaning 공정) 등 전문 분야가 있다. 레스토랑 주방이 분업화, 전문화돼 여러 사람이 자신의 전문분야에 철저히 임해야만 한 상의 요리가 차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반도체 공정에서도 협업이 중요한데 하나의 공정 절차가 잘못되면 완성품이 잘못될 수 있다.

이번 신제품 개발의 주역들은 한 분야에 오래 몸담은 ‘전문 셰프’들인 만큼 이들의 반도체 공정 비법은 회사 경쟁력의 핵심이기도 하다. 명인은 음식을 사진으로 봐도 대략적인 맛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력이 높을수록 공정 개발 과정에서 단면을 사진으로 찍어 검사할 때 분석력이 더 높다. 개발진은 ‘대한민국 수석 셰프’라는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해 반도체 강국 코리아를 지켜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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