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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정치개혁이 먼저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민주주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소수의 전횡 빨리 바로잡아야

총선, 정치개혁 시발점 되길





민주주의의 편익은 아마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생각과 말과 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얻는 정신적인 안정감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편익일 것이다. 그리고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해 결론을 내리는 집단 의사결정의 과정은 민주주의가 가장 안정적인 정치체제인 이유다. 민주주의,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던 이상이었던 적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대한민국의 기적이 더욱 값진 것은 경제발전만이 아니라 민주주의도 함께 이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희생이 적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다른 나라에서 보는 바와 같은 정도의 엄청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지금의 정치적 자유를 획득한 것은 우리 국민의 정신 속에 존재하는 집단무의식이 그만큼 성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룬 지금의 경제와 정치에 대해 우리 국민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정치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인식이 언젠가부터 우리 국민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정치의 과정으로 들어가면 어떤 일도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 일상사가 됐다. 국민을 대표해야 할 국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장이 아니라 문제를 영구화하는 집단이 된지 오래다. 말이 안 되는 표현인지 모르지만 지나친 민주주의가 이 나라를 정체의 늪으로 빠트리는 원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까지 된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소수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미덕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의견이 다르더라도 소수는 그에 따름으로써 민주주의가 완성된다.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다는 것이 아니다. 다수결의 결과가 옳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경우는 너무 많다. 그렇다고 소수의 의견이 의사결정의 방식이 돼야 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행사되고 있는 소수의 전횡은 빠른 시일 안에 바로잡혀야만 한다.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야당이기 때문에 소수여도 다수처럼 행동하고 의견을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민주적이다.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자는 것이 아니라 결론은 있어야만 한다는 말이다. 법안이 몇 년씩 계류되고 있는 국회를 어찌 국민의 대표기관이라 할 수 있으며 주말마다 도심을 점거하는 시민단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다시 정치의 계절이다. 온갖 유혹적인 언어들이 등장할 것이지만 선거를 통해 구성될 국회에 대해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그토록 열망하던 민주주의를 이룬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지금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하게 된 것은 역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나라가 얼마든지 더 잘 될 수 있는 길이 뻔히 보이는데도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비틀고 현혹하고 결국에는 국민 다수를 절망에 빠트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치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르고 얻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모독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치른 대가를 희화화하지 말 것을 정치인들에게 요구한다. 이런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의 선배들이 그토록 고초를 겪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 정치인들이 행사하고 있는 자유는 정상적인 것이 아님을 그들 스스로 알 것이다. 그런 자각마저 없다면 절망이다.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 달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가.

정치개혁이 우선이다. 정치가 개혁되지 않으면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의사결정의 주체가 타락하였을 때 이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이라는 말인가. 지금 대한민국에 해결되어야만 하는 그리고 개혁되어야만 하는 문제와 제도들이 산적해 있음을 누구나 안다. 이번 선거가 정치개혁의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이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민주주의의 결과가 두려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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