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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간 사랑

한때 상부상조했던 창업기업과 투자자들의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 By Erin Griffith


겨울 휴가 시즌이다. 장작불이 타닥타닥 타 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가족, 친구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시기다. 창업가들과 기술기업 운영자들에겐 투자 벤처캐피털 기업들이 주최한 고급파티에서 또 다시 고속 성장을 일군 지난 한 해를 축하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통 축하연의 모습은 이랬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른 분위기다. ‘압도적인 성공’을 자랑했던 창업가들에게 2015년은 ‘맹렬히 따라잡아야 했던’ 한 해였다. 새로운 거래 성사를 뽐내던 투자자들은 인텔을 이용해 어떤 창업기업이 연간 매출 목표를 달성할지, 어떤 기업이 저조한 성과를 낼지 주시했다. 기술 거품에 대한 우려는 이미 한 물간 논쟁이었다. 우린 이미 거품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퍼스트 라운드 캐피털 First Round Capital의 조사에 따르면, 73%의 창업가들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 대신 기술업계의 파티 주최자들은 이후 신생기업 펀딩에서 피델리티 Fidelity와 T 로 프라이스 T Rowe Price 같은 뮤추얼 펀드의 자금을 활용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그렇다면 이 펀드들을 제외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제공하는 자금은 공짜 선물이 아니라, 조건이 따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후기 투자자들(late-stage investors)은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자신들의 주식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까다로운 모습을 보여왔다. 금융 결제기업 스퀘어 Square가 지난해 11월 IPO 당시 앞서 장외에서 받은 기업 가치에 못 미치는 공모가를 기록했던 사건이 좋은 사례이다. 당시 최소한의 위험을 감수했던 후기 투자자들은 초기 투자자들의 주가를 희석시키며 자신들의 수익률을 높였다. 월가의 펀드는 정기적으로 보유주식의 가치를 재검토해 발표하곤 한다. 그래서 승승장구하는 신생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불편한 공시로 이어지곤 한다. 피델리티가 지난해 11월 벤처기업 일부 지분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자, 고평가된 스냅챗 Snapchat과 제네피트 Zenefits에 의구심을 품은 부정적인 기사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런 조치들은 이미 어색해진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관계에 긴장감을 더했다. 양측 모두 시인하지는 않지만, 상대를 ‘돈 먹는 하마’라고 생각한다. 오랜 동안 이 관계는 서로 이득이 됐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뮤추얼 펀드와 헤지 펀드가 고평가 됐던 창업기업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을 때, 초기 벤처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소위 ‘유니콘 기업’들을 포함시킬 수 있었다. 창업자들도 좀더 오랜 기간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며, 공공 시장의 감시로부터 비켜나 있을 수 있었다. 펀드들 역시 고성장 기업에 일찌감치 투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필자에게 “131개 유니콘 기업 중 상당수가 2015년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바람에 월가 투자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상장기업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면, 경영진은 해명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생기업 CEO들은 어땠는가? 한 투자자는 연말 칵테일 파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들은 겸손하지도 않았다.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종의 허세를 보였다.”

퍼스트 라운드 캐피털은 “창업가들은 쉽게 얻은 돈은 잃어버리기도 쉽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다음해엔 자금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난 연말 파티에서 불거진 후기 투자금에 대한 우려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실리콘밸리와 월가는 이제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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